[In&Out]주차 도우미 '동작' 고급점포일수록 '얌전'

  • 입력 2002년 4월 18일 19시 46분


신호라기보다는 춤에 가깝죠.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사람이 주차도우미들인데요. 도우미들의 수신호는 단순히 빈 주차공간의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민망하리만큼 현란하죠.

90년대 들어서면서 대형유통매장과 자가승용차를 소유한 사람이 늘어 주차안내요원 수요가 많아졌어요. 아예 도우미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용역업체도 생겨났죠. 요즘 보는 도우미들은 대부분 백화점 직원이 아니라 용역업체 직원이에요.

수신호가 현란해진 것은 97년경 도우미 양성업체들이 ‘수신호 및 댄스 개발팀’을 두면서부터라는 것이 정설이에요.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등에 도우미를 파견하는 ‘플러스맨’은 95년부터 안무개발팀을 만들어 각 업체의 성격에 맞는 동작을 따로 개발해 공급하고 있죠. 무용을 전공한 강사들이 안무와 교육을 담당하고요.

도우미들은 1개월간 집중적인 동작교육을 받고 이후에도 2개월에 한 번씩 3일간 재교육을 받아요. 매일 30분씩 두 차례 연습시간도 갖죠.

신세계백화점은 현란한 동작이 도입된 배경이 다소 특이해요. 99년 응원단 출신의 한 남자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취업했는데 응원 동작에 당시 유행하던 가위춤 말춤 토끼춤을 응용해 선보였어요. 차량이 몰려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는 주말에 고객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데 단단히 한몫 했죠.

현란한 동작을 ‘방정맞다’고 생각하는 고객도 물론 있어요. 그래서 ‘고급 점포’를 표방하는 현대 본점, 신세계 강남점 등에서는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간단하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주차 안내를 하죠. 상대적으로 외곽 점포나 할인점의 동작이 더 발랄하고요.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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