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金正泰) 행장의 경영행태를 보면 은행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다. 김 행장은 톡톡 튀는 역(逆)발상으로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노조를 비롯한 은행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변화의 핵심은 인사부터〓국민은행 지점장이었던 A씨는 3월중순 인사에서 업무추진역으로 물러났다. 업무추진역은 지점에서 개인적으로 예금 및 대출영업만 하게 된다.
그런데 얼마 전 “직급을 한 단계 낮춰 지점 내 차장으로 근무할 생각이 있으면 지원하라” 는 제의를 받았다. 그동안 은행권에서 승진탈락은 있을 수 있지만 직급이 깎이는 강등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A씨는 30대 후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지점장으로 나간 터여서 자존심은 많이 상하지만 차장으로 근무하며 열심히 노력해 다시 지점장이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A씨처럼 업무추진역 마케팅역 등 후선으로 밀려난 지점장 186명 가운데 49명이 자존심을 꺾고 영업점 차장을 선택했다. 나머지 137명은 “부하직원 밑으로는 못 들어간다” “다른 직업을 구하겠다” 며 후선에 남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은 3,6개월마다 영업실적을 평가받고 여기서도 실적이 저조하면 단순상담역과 관리역으로 떨어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성과주의와 능력위주의 인사가 정착되는 첫 단계” 라고 설명했다.
▽생각을 바꿔라〓김 행장의 역발상은 9·11테러 이후 빛을 발했다. 모든 사람들이 “당분간 증시는 어렵다” 며 시장을 떠날 때 반대로 증시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수익률 계산이 쉽지 않지만 갑절 이상은 남겼다는 후문.
가계대출도 마찬가지. 한국은행이 가계대출 축소 메시지를 계속 내보내고 있으나 국민은행은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자체 분석보고서에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져 이자율이 올라가겠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증가폭이 이자지급액보다 더 클 것” 이라며 “앞으로도 개인창업 및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을 계속 늘려나가겠다” 고 밝혔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