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減資 ‘뜨거운 감자’

  • 입력 2002년 4월 23일 17시 22분


하이닉스반도체의 소액주주는 어떻게 될 것인가.

23일 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메모리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면서 ‘잔존 법인’의 감자(減資)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잔존 법인이란 마이크론에 팔리지 않은 비(非)메모리 부분만 남은 법인.

24일 하이닉스 주가는 170원 떨어진 1005원으로 마감했다.

채권단 측은 “잔존 법인의 기형적 구조 때문에 감자가 불가피하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연간 9조원대 매출을 기록하던 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불황으로 매출이 3조원대로 줄어들었다. 메모리 사업을 팔고 나면 매출은 1조원 안팎의 회사로 축소된다. 그러나 현재 자본금은 5조2424억원. 채권은행단이 갖고 있는 2조9900억원대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자본금 15조원인 회사가 된다.

대투증권 조휘성 대리는 “‘자본금 15조원, 연간 매출액 1조원’이란 기형적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감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액주주 책임분담론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채권은행단은 3조원대 부채탕감을 하면서 손실을 떠안은 만큼 85% 지분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는 논리. 소액주주들은 “우리에게 무슨 책임이 있느냐”고 항변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이후 하이닉스 주식이 ‘단타족’의 타깃이 됐다는 점에서 면책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감자 결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차장은 “소액주주 지분이 85%나 되는 만큼 채권단이 주주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6월 해외주식예탁증서(DR)를 주당 3000원에 1억4500만달러나 샀던 해외투자자의 존재도 역시 감자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결국 소액주주의 판단은 매각 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가 26일 공개할 ‘잔존 법인’ 구조조정 방안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조조정 방안에는 2조5000억원대로 줄어들 부채를 어떻게 처리할지, 경쟁이 치열한 비메모리 분야에서 하이닉스가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는 채권은행단이 부채를 추가로 탕감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6조5000억원대 부채에서 마이크론이 매각대금으로 지불할 4조원대 주식가치를 뺀 2조5000억원이 1조원대 매출에 비해 너무 크다는 지적 때문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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