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승 한은총재/"위기를 기회로" 혁신통해 경영정상화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00분


박승 한국은행총재
박승 한국은행총재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한국 국민은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금 모으기 운동’을 펼쳤다.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보인 셈이다. 경제 사회의 각 분야에서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추진했다.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함께 일군 결실이지만 특히 생산 현장에서 구조조정의 혹독한 시련을 온 몸으로 겪으며 경영정상화에 매진한 기업들이 큰 역할을 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대다수의 기업이 시대와 환경의 변화를 외면하고 개발 시대에 뿌리내렸던 외형 확대의 ‘허세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경영방식이 외환위기를 가져 온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위기 속에서 취약성을 드러낸 많은 기업이 사라져간 반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을 제2도약의 기회로 삼은 기업도 많다. 이중 일부 기업은 회사를 살리려는 노력보다 기업주나 종업원들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디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인생을 승승장구해 온 사람보다는 좌절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성공한 사람에게서 훨씬 더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가 많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모두 실패와 패배의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으로부터 얻는 교훈은 값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경영개선 우수기업 선정’은 의미가 크다.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어떠한 자구노력과 혁신을 거쳐 경영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주의 경영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됐고 노사협력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추상적 이론보다 때로는 기업 사례 하나하나가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실질적인 자료가 된다.

지금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미진한 점이 적지 않다.

우수 기업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함으로써 경영의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교훈을 얻을 수 있고, 당장은 경영상 어려움이 없다 해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거나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자 하는 기업들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 승 한국은행 총재·기업경영개선 우수기업 심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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