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화제]이재현회장 ‘아름다운 포기’

  • 입력 2002년 4월 26일 18시 25분


제일제당 이재현(李在賢) 회장이 26일 보유 중인 CJ엔터테인먼트 주식 600만2000주에 대한 신주인수권 행사를 포기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대주주인 이 회장의 신주인수권에 대한 물량부담 때문에 최근 회사 주가가 하락했다고 판단,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 회장이 신주인수 권리를 완전히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행사를 포기한 신주인수권은 이 회장이 2000년 3월 획득한 것으로 CJ엔터테인먼트 신주 600만2000주를 액면가(1000원)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 이는 CJ엔터테인먼트의 총 발행주식 1430만주의 약 42%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 회장이 권리를 행사할 경우 25일 종가(1만6700원) 기준으로 94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이 회장의 권리 포기 소식에 증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시세차익을 남기는 대주주의 관행을 비판해온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 회장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결정은 주주 중시의 경영문화를 확립하는 데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가도 급등했다. 올해 2월 코스닥 등록 이후 한때 2만9500원까지 올랐다가 신주인수권 헐값 인수 논란에 휘말리며 1만6000원대까지 급락한 CJ엔터테인먼트 주가는 26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1만8700원을 나타냈다.

이 회장의 신주인수권 포기가 증시에서 환영받은 이유는 최근 한국 증시에 기업의 지배구조 불투명성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문제는 한국 증시가 과거보다 완전히 한 단계 위로 올라설 수 있느냐의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졌다. 25일 LG화학의 내부거래에 실망한 외국인투자자가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 종합주가지수가 4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

장영수 동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대주주가 버텼다면 1000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었겠지만 기업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도는 계속 하락했을 것”이라며 “이 회장이 1000억원을 포기한 대가로 ‘주주의 신뢰’라는 중요한 자산을 얻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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