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매각안은 30일 하이닉스 이사회에서도 승인을 받아야 하며 본계약 체결 시한인 5월말까지 지적재산권 등 미묘한 사안의 협상을 모두 끝내야 하는 등 하이닉스 문제의 완전해결을 위해 넘어야 할 고개는 아직 많다. 정부와 채권단은 어떻게 해서라도 본계약 협상을 성사시킨다는 방침. 그러나 마이크론의 주가하락 등 부정적인 대외변수가 적지 않아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하이닉스 매각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던 비(非)메모리 잔존법인의 경쟁력 확보도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마이크론의 밀어붙이기〓마이크론은 일반적인 인수합병(M&A) 협상에서는 보기 드물게 본계약 체결시한을 못박았다. MOU에서 얻은 유리한 조건을 빠른 속도로 밀어붙여 확정짓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현재 남아있는 쟁점은 M&A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배상과 소송비용을 누가 책임지는가 하는 것. 채권단과 마이크론은 이러한 우발채무 한도를 10억달러로 정했지만 정밀 실사과정에서 추가부실이 발견되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한편 채권단은 매각대금으로 받을 마이크론 주식을 주당 35달러로 평가했지만 마이크론 주가는 26달러까지 급락했다.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시설투자에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신용위험이 높아졌다”며 투자등급을 낮췄기 때문이다.
▽잔존법인, 살아남을 수 있나〓채권단은 하이닉스 잔존법인의 매출액이 올해 9000억원에서 2002년 1조5260억원, 2003년 1조958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금융기관 차입금도 당초 예상했던 6000억원이 아니라 3조원이나 된다.
이번에 채무조정 과정에서 무담보채권을 4조원 이상 탕감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투신권을 비롯한 채권단 내 반발이 너무 거세 50%(1조7820억원)만 탕감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회사와 채권단이 매출목표를 너무 낙관적으로 잡았다”며 “다른 회사는 부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영업하는데 3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하이닉스가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2억달러를 투자한 마이크론 등이 잔존법인에 대한 추가 채무조정을 요구하고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재무구조를 정상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