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도 그동안 독자생존안(案)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나 이는 대(對)마이크론 협상전략의 성격이 더 짙었다.
하이닉스가 내세우는 독자생존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반도체 가격인데 시장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하이닉스의 이사진을 전면 개편, 채권단이 주도하는 이사진으로 재매각 협상을 벌이거나 법정관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 하이닉스 반도체 매각 무산 |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안〓하이닉스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첫번째는 올해 D램 평균 판매가격을 4.3달러, 2003년 3.9달러, 2004년 2.7달러로 비교적 낙관한 것. 이렇게 되면 올해 매출액은 5조8000억원으로 설비투자 1조3000억원, 차입금상환 8400억원을 감안하더라도 신규자금 및 부채탕감 없이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두번째는 올해 반도체 가격을 3.6달러, 2003년 2.9달러, 2004년 2.0달러로 가정한 것.
이 시나리오라면 올해와 내년은 버틸 수 있지만 2004년에는 2조2000억원의 현금이 부족해 채권단이 약 2조원의 부채탕감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D램 가격 움직임이 심상찮다.
2월초 아시아현물시장에서 개당 4.38달러까지 치솟았던 128메가SD램 가격은 50여일 만에 31.7%나 폭락해 30일에는 평균 2.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PC제조업체에 공급하는 고정거래가격도 3월의 4.5달러 수준에서 최근에는 4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인 최석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경기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아직 없어 D램 수요기반이 좋지 않다"며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남은 선택은〓채권단은 기존 빚도 받기가 불투명한데 어떻게 새 자금을 빌려주겠는가 라며 추가 지원 불가론을 펴고 있다.
채권단은 그동안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낮게 보고 해외매각을 추진해왔다. 외환은행 이연수 부행장은 독자생존안은 신규자금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수용불가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요구대로 일부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회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거센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현 이사회가 소액주주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보고 이사회부터 장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 이사회는 모두 10명으로 사내이사 3명(박종섭 대표이사 사장, 박상호 사장, 전인백 부사장),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채권단이 이사회를 재편하려면 전환사채(CB) 3조원을 출자로 전환해 최대주주가 되면 가능하다. 이 경우엔 채권단이 선임한 새 이사진에 의해 매각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마이크론이 이를 기다려줄지는 미지수이며 협상은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시나리오는 채권단이 부도처리 후 법정관리인을 파견해 전권을 행사하는 것. 이 경우에도 채권단이 이사회를 재편해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그러나 거대기업 하이닉스를 부도처리하면 그 파장이 너무 클 것으로 우려돼 정부 차원에서도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하이닉스의 향후 처리 시나리오 | |
시나리오 | 필요조건 |
1.독자생존 | 반도체 가격 상승세 지속,약 2조원의 부채탕감 필요 |
2.재매각 | 채권단이 CB 3조원 출자전환 후 최대주주 지위 확보임시주총 소집해 이사회 전원교체 후 재매각 작업 |
3.법정관리 | 부도처리 후 채권단이 법정관리인 파견해 전권행사새로운 이사회 구성해 재매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