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코오롱도 이동통신(신세기통신)과 편의점(로손) 사업 진출 등으로 ‘외풍(外風)’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한 발빠른 사업구조조정으로 ‘터널’을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이웅열(李雄烈·46) 회장은 큰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았다.
현재 29개 계열사를 가진 이 그룹은 이런 노력을 통해 ‘알짜 경영’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계열사별로 경영목표를 수립하고 결과에 따라 상과 벌을 주는 것도 효율적이라는 평. ‘승진 여부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는 말은 평가시스템에 대한 임직원의 신뢰 정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오롱은 수십년 간 그룹에서 원칙과 정직성을 검증받은 사람들을 중용한다. 이 회장을 보좌해 코오롱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은 99년 540억원이었던 그룹 영업이익을 지난해 2300억원으로 늘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정직과 성실’의 전문경영인 김주성 사장〓구조조정본부 김주성(金周成) 사장은 투명경영과 정도(正道)경영에 대한 회장의 의지를 그룹 전반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경영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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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보다 맑은 피가 세상을 힘있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정혈론(靜血論)’을 신념으로 가진 김 사장은 그룹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 성과 위주의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상하에서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73년 코오롱상사에 입사한 뒤 이동찬(李東燦) 명예회장이 회장으로 있을 때 비서실장을 지냈고 기획조정실장, ㈜코오롱 구미공장장, 코오롱개발 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그룹의 실세로 떠올랐다.
1998년부터는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 편의점 사업을 정리하고 무교동 사옥을 매각하는 등 굵직한 구조조정 업무를 매끄럽게 수행했다.
▽‘전문가가 아니면 경영을 책임질 수 없다’〓서울대 섬유공학과 출신인 ㈜코오롱 조정호(曺正鎬) 사장은 그룹 최고의 ‘디지털 전문가’로 꼽힌다. 모든 업무를 e메일로 지시하고 보고 받으며 임원들을 상대로 ‘인터넷 정보사냥대회’를 열어 디지털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코오롱건설 민경조(閔庚朝) 사장은 지난해 계열사 중 최고 성과를 올려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현장 경력 20년의 건설전문가이며 직원 한명 한명의 애환을 직접 챙길 정도로 포용력이 크다는 평을 듣고 있다.
코오롱유화와 코오롱제약 사장을 겸하는 배영호(裵營昊) 사장은 ㈜코오롱 뉴욕지사장을 거친 ‘영업맨’ 출신. 유머 감각과 진솔한 성품이 돋보인다. 경북고 동기생인 김경한(金慶漢) 전 서울고검장과 1년 후배 박순용(朴舜用) 전 검찰총장을 각각 사외이사와 법률고문으로 영입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코오롱글로텍 한광희(韓光熙) 대표이사 부사장은 98년 매각 위기에 놓인 코오롱F&T, 코오롱메라크섬유, 코오롱남바 등 3개 사를 합병해 현재 연매출 1000억원대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한 부사장은 LG카드 이헌출(李憲出) 사장, 코스닥증권시장 신호주(辛鎬柱) 사장과 함께 서울대 상대 68학번 모임인 ‘청목회’의 멤버.
그룹기획조정실장과 코오롱정보통신 사장 등을 거친 송대평(宋大平) 부회장과 금융분야 및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2년전 동양그룹에서 영입한 조왕하(趙王夏) 부회장은 그룹 고문으로 이 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코오롱을 젊게 만드는 경영자그룹〓지난해 12월 코오롱상사에서 분할된 FnC코오롱(스포츠·패션), 코오롱인터내셔널(무역), 코오롱CI(투자·컨설팅)의 사장단이 젊은 코오롱의 주역.
코오롱CI의 나종태(羅鍾太) 사장은 전무였던 98년 코오롱상사 해외업무를 맡아 그룹의 해외부실을 대부분 정리, 이듬해 사장으로 두 단계나 승진했다. 아이디어가 많고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
코오롱인터내셔널과 코오롱모터스의 대표이사인 임영호(林英鎬) 부사장은 영어 독일어 등 5개 언어에 능한 정통 상사맨. 120여 국가에 출장을 다니면서 얻은 비행 마일리지가 무려 175만마일에 이를 정도로 해외를 누비고 있다.
FnC코오롱 백덕현(白德鉉) 대표이사 전무는 스포츠 패션브랜드인 잭니클라우스, 헤드(HEAD) 등을 키워낸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초 승진했다.
3월 LG-IBM 사장에서 옮겨온 코오롱정보통신 변보경(卞普經) 사장은 그룹 최초의 외부영입 CEO라는 점에서, 코오롱캐피탈 석도정(昔道正) 사장은 98년 말 그룹 최초의 40대 CEO가 됐다는 점에서 각각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이웅열회장 '마니아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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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사진)의 경영 스타일은 한마디로 ‘마니아(mania) 경영’이다.
무언가에 푹 빠져 몰입하다 보면 남보다 빨리 경지에 이르듯, 기업 경영도 온몸을 던지지 않고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없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은 거의 모든 업무를 전문 경영인에게 일임했다. 하지만 그룹의 경영방침을 결정하거나 신규사업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는 특유의 마니아 기질을 발휘한다.
그는 해답을 얻기 위해 해외로 나가 선진기업의 장점을 연구하고 각종 전문서적을 분석한다. 평소 친분이 있는 주요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영국의 찰스 황태자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세계적인 CEO 100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리더스 포럼’의 멤버라는 것도 경영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그룹관계자는 귀띔했다.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으면 사무실에서는 물론 식사시간과 차량 이동 때에도 온통 생각에 잠긴다. ‘3박4일’이라는 별명도 한번 몰두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 때문에 붙여졌다.
마니아적 기질은 골프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핸디캡 3(베스트 스코어 65)의 프로급 골퍼. 웬만한 프로골퍼도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 만큼 재계에서는 ‘군계일학의 골퍼’로 불린다. 미국유학 시절 골프를 배울 때 매일 3000개씩 ‘연습구’를 쳤을 정도로 집중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2000년에는 미국 주요기업 CEO중 최고의 골퍼로 꼽히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 회장과의 골프 대결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코오롱그룹을 이끄는 주요 전문경영인 | |||||
회사 | 직위 | 이름 | 나이 | 학력 | 출신 |
그룹 | 부회장 | 송대평 | 62 | 군산고, 서울대 섬유공학 | 전북 군산 |
그룹 | 부회장 | 조왕하 | 49 | 경기고, 서울대 법학 | 서울 |
구조조정본부 | 사장 | 김주성 | 55 | 봉화고, 연세대 철학 | 경북 봉화 |
코오롱 | 사장 | 조정호 | 56 | 경북고, 서울대 섬유공학 | 대구 |
코오롱건설 | 사장 | 민경조 | 59 | 경복고, 서울대 상학 | 서울 |
FnC코오롱 | 전무 | 백덕현 | 51 | 용산고, 연세대 행정 | 서울 |
코오롱유화 | 사장 | 배영호 | 58 | 경북고, 서울대 섬유공학 | 경북 김천 |
코오롱글로텍 | 부사장 | 한광희 | 53 | 계성고, 서울대 상학 | 대구 |
코오롱정보통신 | 사장 | 변보경 | 49 | 경기고, 서울대 기계공학 | 대구 |
코오롱인터내셔널 | 부사장 | 임영호 | 52 | 중동고, 서울대 섬유공학 | 서울 |
코오롱캐피탈 | 사장 | 석도정 | 51 | 경기고, 서울대 경영 | 대구 |
코오롱CI | 사장 | 나종태 | 58 | 남성고, 서울대 섬유공학 | 전북 김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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