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들은 1일 “정부가 유일한 해결책으로 내놓은 해외매각안이 무산되면 법정관리로 가는 ‘외길 수순’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전윤철(田允喆)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신규지원은 절대 없으며 해외매각이 최선”이라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이 같은 정부관계자의 발언을 ‘으름장’용으로만 볼 수도 없는 것이 하이닉스 이사회, 35만명의 소액주주, 1만5000명의 하이닉스 종업원, 15만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직원, 일부 채권단 등이 이구동성으로 “마이크론과 합의한 가격(38억달러)에는 매각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다른 안을 제시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제 와서 손을 떼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닉스 처리가 표류할 경우 국가신인도가 하락할 것이고 파산할 경우 하이닉스 종업원 1만5000명과 2500여개 협력업체 종업원 15만명이 직장을 잃게 되는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중공업 현대상선 현대종합상사 등 3사는 하이닉스의 자회사인 미국현지법인이 체이스맨해튼은행(CMB) 등과 맺은 1조4100억원 규모의 구매이행계약에 연대보증을 섰기 때문에 하이닉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신 갚아야 하는 처지다.
결국 마이크론이나 다른 업체에 매각을 다시 추진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를 위해 먼저 채권단이 현 하이닉스 이사회를 전원교체해 채권단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할 새 이사진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전환사채(CB) 3조원을 갖고 있어 5월중에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이 74.5%(4월25일 종가 1010원 기준)가 된다. 이 정도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 이사회 구성원을 모두 바꾸고 메모리 사업부문매각을 결의하기에 충분한 수준.
그러나 마이크론이 재협상에 응할지, 또 헐값시비를 극복할 만큼 좋은 가격으로 매각이 가능할지, 정부가 매각을 다시 추진할 때 하이닉스의 소액주주 종업원 협력업체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하이닉스 독자생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계속 전개하면서 여론이 정부에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