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산자부, '휘발유 품질등급제' 갈등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06분


국내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의 ‘품질 등급제’ 시행문제를 둘러싸고 산업자원부와 환경부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환경부는 7월 1일부터 국내 5개 정유사와 석유수입회사들을 대상으로 휘발유와 경유에 포함되어 있는 황과 벤젠 등의 함유량 수치를 공개하고 회사별로 상대평가해 1∼5개의 별(★)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전태봉(全泰峰) 환경부 대기정책과장은 “판매되는 자동차 연료가 법적 품질기준이지만 황과 벤젠 등의 함유량을 줄일 수 있도록 업체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해에는 황과 벤젠 2개 항목(경유는 황만 평가)만을 기준으로 ‘별 등급’을 매기지만 내년부터는 항목을 늘려 종합평가한 뒤 연료품질을 비교 평가해 업체별로 자료를 공개하고 등급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연료 환경기준이 선진국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닌데 등급을 매겨 공개하면 무한경쟁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염명천(廉明天) 산자부 석유산업과장은 “1등급(별 5개)을 확보하기 위해 탈황설비 및 벤젠회수 시설에 1조9000억원가량의 투자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휘발유는 ℓ당 64원, 경유는 ℓ당 29원의 소비자가격 인상요인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산자부 측은 또 국내 경유의 황함유량 기준은 430ppm으로 미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500ppm)보다 엄격하고 5개 정유사의 실제 배출량도 240∼390ppm으로 양호한 편인데 기업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는 등급제를 법적 근거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두 정부부처의 마찰은 ‘환경개선’과 ‘기업경쟁력’이라는 명분대결과 함께 부처간 권한다툼의 성격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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