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각 자치구는 이달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다음달부터는 적극적으로 위반행위를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나 상인들은 “판매가격을 붙인다 해도 손님들의 깎아달라는 요구를 어떻게 외면하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겉도는 제도〓12일 오후 판매가격 표시 의무시장으로 지정된 동대문 인근의 패션몰 ‘두타’. 2층 아동복 코너에서는 점원과 한 손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손님, 죄송합니다. 정찰제거든요.”
“에이, 시장에서 무슨…. 깎는 맛도 있어야지.”
결국 이 손님은 3만8000원인 바지를 3만원에 사 갔다.
이날 본보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곳 3층 신사복 가게는 판매가격이 붙지 않은 양복이 태반이었고, 지하 2층 잠옷을 파는 가게에서는 똑같은 제품인데도 가격이 1만5000원, 4만원 등으로 들쭉날쭉했다.
사정은 용산 전자상가도 비슷했다. A점포는 105만원짜리 김치냉장고를 100만원까지 할인해주고 있었고, B점포는 25만5000원짜리 디지털 녹음기를 현금으로 계산하면 10만원에 주겠다고 밝혔다. 점포별로 판매가격을 표시하는 스티커 규격이 제각각이었고, 스티커가 없는 점포도 상당수였다.
용산 전자상가의 한 상인은 “판매가격 표시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오랫동안 굳어진 ‘에누리 관행’을 하루아침에 고칠 수 있겠느냐”며 “손님들의 할인 요구를 감안해 ‘마지노 가격’에서 20∼30%를 올려 판매가로 써붙이는 게 보통”이라고 털어놓았다.
▽과연 정착될까〓판매가격 표시제가 단기간에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데는 상인은 물론 행정기관도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구청은 상인들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 수시로 간담회를 열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와 함께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 다음달부터 판매가격 표시제 위반을 적발하면 1차 시정권고, 2차부터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과태료는 산업자원부 지침에 따라 2차 적발 시 30만원, 3차 50만원, 4차 200만원, 5차 500만원 등으로 점점 많아진다.
반면 상인들은 “하는 시늉은 내겠지만 무조건 깎아야 한다는 손님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과 같은 형태의 정찰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원 송주은씨(23·여)는 “소비자도 문제지만 높은 가격을 제시해놓고 일부를 깎아주는 방식의 상인들의 잘못된 관행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상인들이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세원(稅源)이 노출돼 세금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판매가격을 표시할 경우 세무공무원이 현장조사를 나오면 금세 매출액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동대문시장의 한 상인은 “솔직히 말해 시장의 가격 경쟁력은 세금을 덜 내는 것에서 발생하는 측면이 많다”며 “판매가격 표시제가 정착돼 세금이 늘면 그만큼 가격 인상요인이 생겨 상대적으로 백화점 등에 비해 시장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판매가격 표시 의무시장으로 지정된 서울의 시장 및 상가 구청 지역 시장 및 상가 중구 동대문, 남대문 일대 두타, 밀리오레, 프레야타운, 평화시장, 흥인스타덤, 덕운시장, 에리어식스, 제일평화시장, 광희시장, 통일상가, 청평화시장, 남대문시장, 삼익패션타운, 숭례문수입상가 용산구 용산 일대 나진산업,서울전자유통,전자타운,원효 전자상가,터미널 전자상가,선인산업 이태원 일대 국제 아케이드, 세계로상가, 이태원시장, 이태원 아케이드, 헤밀턴스토어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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