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조선업체 속앓이 "수주 늘어도 실속은…"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09분


지난해 미국 9·11 테러사태 이후 급격히 얼어붙었던 세계 조선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올 들어 수주실적이 극히 저조했던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가격이 낮고 수익성이 좋지 않은 중형급 선박이 수주 물량의 주종을 이루고 있어 조선업체들의 수주실적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말 네덜란드 피엔오 네들로이드사(社)로부터 255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10척(옵션분 5척 포함)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옵션분 컨테이너선 5척을 제외하더라도 올 들어 총 15척의 선박을 수주해 수주 물량으로 보면 작년 한해 총수주물량(28척)의 절반 수준을 벌써 넘어섰다.

그러나 수주금액으로 보면 6억달러에 불과해 지난해의 20억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1척당 평균 수주금액은 지난해 7000만달러에서 올해 4000만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올해 수주한 선박이 주로 석탄이나 쌀을 실어나르는 저부가가치 선박인 살물선이나 중형 유조선 및 컨테이너선이기 때문. 이 회사는 작년에는 선가도 높고 수익성도 좋은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초대형유조선(VLCC)을 주로 수주했다.

이 같은 상황은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

올 들어 5척의 유조선을 수주했는데 모두 11만5000∼16만t급의 중형 선박이다. 총수주금액은 2억2100만달러. 이 회사는 지난해 총 25척(21억달러)의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해 8000만달러였던 1척당 평균 수주금액은 올해 4420만달러로 떨어졌다.

올 들어 5척의 LNG선을 수주한 대우조선은 그나마 실적이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올해 수주실적이 13척, 12억달러로 아직도 작년(38척, 33억5000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중공업 이홍연 과장은 “세계 선박 발주시장이 서서히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형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부진한 데다 작년 하반기부터 급속하게 떨어진 선가가 아직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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