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는 말 그대로 신용이 있는 사람만 발급 받아 자신의 신용만큼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이다. 카드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플라스틱 머니’라고도 불린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의 신용카드 빚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며 이를 ‘플라스틱 버블’이라고 표현했다.
외국언론이 지적할 정도로 한국의 신용카드 문제는 사실 심각하다. 신용이 없는 사람에 대한 무분별한 카드 발급과 이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 각종 범죄와 사회문제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용카드의 거리모집 중단에 이어 방문모집까지 금지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또 현재 65% 정도인 현금서비스 비중을 내년 말까지 50% 이하로 줄이도록 카드사에 요구하고 있다. 사실 카드사들은 ‘긁은’ 대금의 3% 정도를 떼는 신용판매보다는 연리 22∼25%의 현금서비스에 치중해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심지어 신용을 전혀 따지지 않은 채 경품을 주면서 카드회원을 모집하는가 하면 현금서비스에 대해서는 보너스까지 줬다. 정부의 개입을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감시하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현금서비스 비중을 50%로 낮추라는 것은 카드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이라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도 대출과 관련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문판매 금지 조치는 기업의 마케팅 방식에 대한 직접적 규제이며 방문판매를 허용하는 보험업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은행들이야 전국에 지점을 갖고 있어 카드 영업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지점이 30여개에 불과한 전업카드사들은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영업이 이런 일을 자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어떤 조치든지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카드를 발급한 것이지 방문판매 자체가 아니다. 해결책도 마땅히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개인신용정보회사 육성 등이 대안이 될 것이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만들었다고 해서 영업수단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은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이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혹시 정부가 이 기회에 전업카드사를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뜻이 아니라면 말이다.
김상영 경제부 차장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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