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KT지분매각 정보전쟁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59분


17일부터 5일간에 걸친 정부보유 KT(옛 한국통신) 지분 매각입찰은 ‘기업간 정보전(戰)’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했다.

SK텔레콤은 KT의 최대주주가 되는 성과를 거뒀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잦은 ‘말 바꾸기’로 해당 기업은 물론 SK그룹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정교한 기업’이란 평을 들어온 삼성은 의외일 정도로 느긋하게 대처하다 대기업 배정분을 단 한 주도 확보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LG는 꽤 ‘남는 장사’를 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 경영진은 21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SK텔레콤에 배정된 물량 중 이날까지 남은 교환사채(EB) 1.79%를 사들일지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그동안 이 회사는 “KT가 가진 우리 회사의 지분(9.27%)과 맞먹는 지분만 갖겠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이날 회의에서도 일부 경영진은 “EB 매입은 회사 신뢰도에 큰 흠집을 남길 수 있다”며 추가 매입에 반대했다.

반면 “만일 우리가 다 사들이지 않으면 지분배정에서 떨어진 삼성이 KT 지분을 매입해 위험하다”는 반대론도 팽팽했다.

결국 장시간 논의 끝에 SK텔레콤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SK텔레콤은 그동안 “KT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연막을 폈다가 LG와 삼성이 원주(原株) 3% 인수방침을 밝히자 원주 입찰 마지막날인 18일 전격적으로 5%를 써내 경쟁사들의 허를 찔렀다.○…삼성은 “정부 정책에 호응한다는 차원에서 미리 ‘패’를 내보였다가 완전히 당했다”며 당혹해하는 표정. 삼성 관계자는 “SK텔레콤 등 3개 회사가 EB 물량까지 ‘싹쓸이’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장내 매집을 해야만 지분 확보가 가능해지겠지만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허탈해했다. 이 때문에 그룹 내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일정한 지분 매입이 가능했던 삼성전자가 아니라 기관투자가로 분류돼 배정순위에서 밀리는 삼성투신 등을 통해 청약에 참여한 ‘전략실패’에 대한 문책론도 일고 있다.○…LG는 이번 지분매각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심 ‘얻을 것은 다 얻었다’는 분위기. 특히 SK텔레콤의 ‘독주’로 위협을 느낀 정부와 KT 기존 경영진이 LG전자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LG는 결국 당초 예상보다 적은 돈을 들이면서도 KT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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