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승용차에 비해 중량이 많이 나가는 이들 7인승 경유 차량은 대도시를 달릴 필요가 없는 레저용이란 이유로 지금까지 별도의 완화된 배출가스 기준이 적용돼 왔다.
문제는 1990년 중반 레저용으로 소량 판매되던 이들 차량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출퇴근용으로 대량 판매되면서 시작됐다. 8인승 이상 고급 RV형 차량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다수가 이를 구입해 출퇴근용 또는 생업용으로 사용했으며 이에 따라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전체 승용차 중 RV의 비율은 1999년 29.5%에서 올 3월 현재 42.2%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대도시의 대기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환경부는 2000년 10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올 7월1일부터 이들 차량의 배출가스기준을 현재의 기술로는 달성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강화해 아예 생산을 중지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경유차를 억제하기 위한 환경부의 이러한 획기적인 조치는 기존의 차량소유자와 자동차업계, 그리고 외국으로부터 큰 반발을 불러 왔다.
우선 기존의 차량소유자는 상대적으로 비싼 고급 대형 RV 등에만 값이 싼 경유를 허용하고 중하류층이 구입하는 소형차에 경유 사용을 불허하는 것은 사회적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이어졌다. 7월부터 강화된 배출가스기준은 환경규제가 심한 유럽의 질소산화물기준보다 25배, 미세먼지는 5배나 강한 수준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싼타페와 트라제 등 7인승 경유 차량 대부분을 생산해온 현대자동차는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월1일부터 자동차특별소비세가 부활되면서 그 이전에 차량을 구매하려는 2만여명의 대기자들에 대한 차량 인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취약한 내수 기반으로 인해 수출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유럽의 배출가스 기준에 맞춘 2종의 경유 승용차를 유럽에 수출해 왔으나 앞으로 ‘자국에서도 판매하지 못하는 차를 다른 나라에 수출한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