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대신 민첩성-추진력 선택▼
게임기 전문업체인 닌텐도의 야마우치 히로시 사장(74)은 24일 자신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42세의 이와다 사토루(岩田聰) 경영기획실장을 사장으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야마우치 사장은 창업주인 조부가 병으로 쓰러졌던 1949년 와세다대학을 중퇴하고 사장에 취임한후 53년간 ‘장기 집권’하며 화투 제조업체인 닌텐도를 세계적인 게임기 전문업체로 키워낸 인물. 그러나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게임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이와다 신임 사장은 도쿄대 출신으로 게임기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2000년 6월 닌텐도에 이사로 영입됐다. 닌텐도는 야마우치 전 사장처럼 카리스마는 없지만 빠른 판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이와다 사장을 정점으로 게임기시장에 새롭게 도전할 계획이다.
일본 의류업계에서 성공 신화를 일궈낸 유니클로도 최근 창업주인 야나이 다다시(柳井正·53) 사장이 돌연 물러나고 39세의 다마쓰카 겐이치(玉塚元一) 사장이 취임했다.
유니클로는 90년대 중반부터 중국 현지생산을 통한 고품질 의류 대량생산으로 초고속 성장을 해 왔으나 지난해부터 매출 격감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따라 매장에서 의류 외에 다른 상품도 함께 파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 중이다.
▼연공서열 파괴… 새 수익모델 모색▼
신임 다마쓰카 사장은 IBM 등 외국계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후 98년 유니클로에 입사, 지난해 영국진출을 총지휘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밖에 스미토모 신탁은행 등이 공동출자해 최근 설립한 인사 관련 서비스회사 ‘인사서비스컨설팅’도 38세의 은행원 다케다니 게이(武谷啓)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금융계에서 과장급 은행원을 발탁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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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자동차는 오너경영 회귀 준비▼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사상 최고의 영업호조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오너경영체제로의 회귀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인사에서 창업주의 장손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46) 이사의 상무 승진이 내정된 것. 재계에서는 도요타가 보다 구심력있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오너 경영체제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1937년 설립된 후 도요다 집안과 전문경영인이 번갈아 가며 사장을 맡아왔다. 오너 일족의 경영은 자칫 경영부실을 초래하기 쉬운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는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
1950년 도요다 기이치로 사장이 업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후 전문경영인이 17년간 사장을 지냈다. 그러나 경영이 정상화된 1967년 다시 도요다 에이지가 사장에 취임하면서 오너체제가 28년간 지속됐다.
1995년 도요다 다쓰로 사장의 퇴진을 끝으로 현재의 경영진인 오쿠타 히로시(奧田碩) 회장과 조 후지오(張富士夫) 사장의 양대 전문경영인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도요타는 일본기업 중 처음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엔(약 10조원)을 넘어섰다.
오쿠다 회장이 “도요다 집안은 이사까지는 자동적으로 올라가지만 그 다음은 본인의 노력에 달렸다”고 밝힌 바 있지만 도요타 내부에서는 아키오 이사가 창업주의 직계 손자인데다 정보통신 아시아전략 등 핵심부문을 담당해온 만큼 손색없는 사장후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