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인 백화점을 포함해 9개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백화점그룹은 외환위기 직후 극심한 소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급화’를 그룹 목표로 설정했다. 이후 짧은 기간에 이 그룹은 ‘최고급’ 이미지를 심으면서 고급 유통그룹으로 변모했다.
▽고품격으로 승부한다〓99년 4월1일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지 만 3년. 이 기간은 71년 창립 이후 가장 변화가 많았던 시기였다. 회사 이름을 금강개발산업에서 ㈜현대백화점으로 바꿨고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에 새로 진출했다.
그 결과 98년 매출 2조22억원, 경상이익 38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매출 3조4943억원, 경상이익 2305억원의 건실한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88.5%에서 138.5%로 떨어졌다.
99년 고급 유통그룹으로 지향점이 설정되면서 변화는 발빠르게 진행됐다.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유통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라는 ‘하드웨어’와 상품 서비스 매장환경 등 적지 않은 ‘소프트웨어’ 변화가 잇따랐다.
매대가 사라지고 대신 휴게시설이 설치됐다. 발레파킹 등 고급 소비층의 기호에 맞춘 최고급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업계 최고 수준의 고객관계관리(CRM)를 기반으로 한 타깃 마케팅으로 고급 소비층을 계속 일구어갔다.
이 컨셉트는 지난해 진출한 홈쇼핑에도 적용됐다. 현대홈쇼핑에서는 ‘매진 임박’ 등 충동구매를 유발하는 문구를 보기 어렵다. 매출보다는 이미지 관리를 우선하기 때문.
이런 전략은 2000년과 2001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액과 최대 이익을 내면서 효과를 인정받았다.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등이 주관한 ‘한국서비스품질등급인증’에서 업계 최초로 월드베스트(AAA) 등급을 받는 등 외부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 |
▽유통 분야의 전문경영인들〓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대표인 이병규(李丙圭·49) 사장은 현대그룹이 낳은 스타 경영인 가운데 한 명.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창업주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 사장은 99년4월 현대백화점을 맡으면서 고급화 패러다임, 홈쇼핑 사업 진출, 새로운 CI선포 및 상호변경, 유통대학원 설립 등 주요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진두 지휘했다. 온화한 외모와 달리 추진력이 탁월한 ‘뚝심 경영인’으로 통한다.
현대홈쇼핑 강태인(姜太麟·58) 사장은 10여년 동안 백화점 영업 및 관리를 담당하면서 고급 이미지 구축에 많은 역할을 담당했다. 올해 초 홈쇼핑을 맡으면서 무리한 매출 증대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먼저 얻어 장기적으로 성장하자는 ‘소걸음 경영’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경인지역 본부장을 맡고 있는 하원만(河元萬·55) 부사장은 78년 입사 이래 영업 재무 상품본부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쳐 ‘백화점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업무에 대해서는 치밀하지만 부하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즐기는 덕장(德將) 형이다.
현대DSF 대표 홍성원(洪性元·50) 전무는 롯데백화점과 치열한 접전 중인 현대백화점의 영남지역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기획 분야에서 오래 근무했으며 승부사 기질이 강하다.
▽서비스 분야의 전문경영인들〓호텔현대 대표 김남종(金南鍾·58) 부사장은 현대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건설맨’답게 선이 굵고 과묵하며 부하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호텔 외식 부문과 한국형 호텔에 맞는 서비스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급식사업을 하는 현대지네트 대표 송진철(宋鎭哲·55) 부사장은 2000년 법인 설립과 동시에 지네트를 맡아 2년 만에 단체급식업계 4위 회사를 키웠다. 깐깐한 성격의 완벽주의자로 역시 현대건설 출신이다.
백화점 물류 분야를 맡고 있는 한국물류 대표 경충식(景忠植·56) 전무는 93년부터 6년 동안 백화점 기획조정실장을 맡으면서 새 점포 출점 계획을 짠 인물. 백화점으로 오기 전에는 현대건설 등에서 ‘날렸던’ 기획통이다.
▽대주주〓현대백화점그룹의 오너는 고 정주영 창업주의 3남 몽근(夢根·60) 회장. 현대가(家)의 다른 그룹처럼 현대백화점그룹도 대주주 친인척들의 경영 참여가 비교적 활발하다. 정 회장은 경영 전반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편이지만 그룹의 중대 사항은 직접 챙긴다. 부인 우경숙(禹景淑·51) 고문은 백화점 상품개발담당 임원으로 현대백화점 고급화 이미지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정 회장은 아들만 둘을 두었는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의 장남 지선(志宣·30)씨는 올해 초 부사장으로 승진해 기획 관리 부문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기획실장으로 있으면서 국내외 IR활동을 주도해 1만원대의 현대백화점 주가를 4만원대로 끌어올렸다는 게 그룹측 설명이다.
차남 교선(敎宣·28)씨는 한국물류 부장으로 적(籍)을 뒀지만 현재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끄는 주요 전문 경영인 | |||||
회사 | 직위 | 이름 | 나이 | 학력 | 출신지 |
현대 백화점-홈쇼핑 | 사장 | 이병규 | 49 | 서울고, 연세대 경영학 | 경기 시흥 |
현대 홈쇼핑 | 사장 | 강태인 | 58 | 동국대 경영학 | 서울 |
현대 백화점 | 부사장 | 하원만 | 55 | 진주고, 동국대 경영학 | 경남 진주 |
부사장 | 정지선 | 30 | 경복고, 연세대 사회학 | 서울 | |
호텔 현대 | 부사장 | 김남종 | 58 | 부산고, 고려대 법학 | 경남 사천 |
현대 지네트 | 부사장 | 송진철 | 55 | 대륜고, 영남대 경제학 | 대구 달성 |
한국 물류 | 전무 | 경충식 | 56 | 동성고, 성균관대 통계학 | 서울 |
현대 DSF | 전무 | 홍성원 | 50 | 보성고, 연세대 통계학 | 경기 가평 |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