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車사업 GM에 매각 검토

  • 입력 2002년 5월 28일 18시 48분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자동차 그룹 피아트사가 핵심사업인 자동차 부문을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과다한 부채로 경영난을 겪어온 피아트사가 채권단과 60억유로(약 6조9000억원) 규모의 채무재조정에 합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24일부터 채무재조정 협상을 벌여온 채권은행단과 피아트사 경영진은 경영난의 주범이 자동차 사업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핵심 사업인 자동차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

그동안 비핵심 사업만을 매각해 위기를 탈출하려던 피아트사는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회사의 신용등급이 ‘정크 본드(투기 등급)’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채권단의 경고를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트 그룹의 파올로 프레스코 회장은 그동안 핵심 사업을 매각하라는 채권단의 주문에 강력히 저항해 왔다.

피아트사는 현재 ‘피아트 오토’의 지분 20%를 갖고 있는 GM에 회사를 완전히 매각하는 방안을 제의할 방침이다.

이탈리아 내 최대 그룹인 피아트사가 이처럼 설립 기반인 자동차 부문마저 팔아치워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지난해 8억유로(약 9200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1·4분기 적자만 5억2900만유로(약 6083억원)에 달했기 때문.

게다가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거나 채권과 주식 등을 발행해 부채를 갚으려는 피아트사의 구조조정 계획도 시장의 호응을 거의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자동차 매각 방안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그러나 매각의 구체적인 조건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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