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金在哲·67) 회장이 동원산업을 설립한 지 33년. 동원은 이제 1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군으로 성장했다.
겉으로는 끊임없이 확장을 추구해온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부분의 계열사는 ‘식품과 금융’이라는 두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 정보통신과 물류계열사 등 3, 4곳 정도만 예외다.
동원F&B와 동원증권 등 5곳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매출액이 1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작은 규모지만 수익성만큼은 탄탄한 알짜기업이다. “기업의 가장 큰 죄악은 적자”라는 김 회장의 경영철학이 뿌리내린 결과다.
▽식품·수산부문의 CEO〓그룹의 모체이자 세계적인 수산업체 동원산업을 이끄는 신성택(辛聖澤) 사장은 평생 ‘수산 외길’을 걸어왔다. 동원직원들은 “한국에서 수산을 가장 잘 아는 경영자는 김재철 회장, 그 다음은 신성택 사장”이라고 말한다. 신 사장은 김 회장이 동원산업을 창업하기 전 한 수산업체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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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출신인 박인구(朴仁求) 동원F&B 사장은 1997년 동원정밀 대표를 맡으면서 동원그룹에 합류했다. 동원정밀을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킨 능력을 인정받아 동원산업에서 분리된 동원F&B의 사령탑을 맡았다. 동원F&B의 전신인 동원산업 식품사업 부문은 적자였지만 지금은 흑자를 내고 있다. 박 사장은 김 회장의 매제.
김상국(金相國) 동원식품 사장은 ‘동원참치회’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마케팅전문가. ‘참치회는 음식점이나 백화점에서만 판다’는 통념을 깨고 대기업 빌딩 1층에서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벌여 큰 성과를 거뒀다.
한일합작법인인 동일냉동식품의 아다치 미키오(足立幹夫) 사장은 세계적인 냉동식품 전문가로 성격과 업무스타일이 요리사처럼 섬세하다는 평.
이국진(李國鎭) 동원홈푸드 사장은 그룹 안에서 신규사업에 가장 밝은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금융 부문의 CEO〓동원그룹은 82년 한신증권(지금의 동원증권)을 인수하면서 식품과 금융이라는 수레의 두 바퀴를 갖췄다. 동원증권은 금융부문의 핵이자 금융계열사의 CEO 양성소.
김용규(金容圭) 동원증권 사장은 국제금융 업무에 정통한 증권맨이다. 김 사장은 코스닥시장이 취약하던 99년 4월 인수담당 상무를 지내면서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SBS 주식 공모를 성공시켰다. 독서량이 많으며 매달 책 1권씩을 골라 모든 팀장과 지점장들에게 나눠주는 등 지식 전파에도 열심이다.
조영현(曺榮鉉) 동원캐피탈 사장은 ‘아이디어 뱅크’로 꼽힌다. 동원증권 영업본부장 시절 뒤늦게 사이버거래에 뛰어들었으나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로 선발주자들과의 격차를 짧은 기간에 극복했다. 2000년 4월 외환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던 동원캐피탈의 경영을 맡아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김주원(金周源) 동원창투 사장은 동원증권에서 기업공개(IPO)담당 부서장을 할 때 몇 년째 실적이 좋지 않자 부서원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던 감성파. 실적이 2, 3년 뒤에 나타나는 IPO의 특성을 감안할 때 동원증권이 현재 IPO부문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던 기반은 사실상 김 사장이 닦았다.
이춘식(李春植) 동원상호저축은행 사장은 안흥상호신용금고 인수팀장을 맡아 동원상호신용금고와 합병을 무난하게 성사시켰다. 계수에 밝고 업무를 꼼꼼하게 챙긴다.
▽비식품 비금융 계열사 CEO〓서두칠(徐斗七) 이스텔시스템즈 사장은 600억원의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전기초자를 3년 만에 초우량기업으로 변신시킨 구조조정 신화의 주인공. 올해 1월 동원그룹에 영입됐다. 사장 취임 1주일 전 오전 4시경 회사 수위실에 전화를 걸어 “지금 회사와 연구실에 몇 명이 나와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사장 취임 후 출근시간을 오전 9시에서 7시로 앞당겼다.
강병원(姜秉元) 동원EnC 사장은 ‘그룹 내 최고의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대인관계의 폭이 넓다. 98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동원산업 사장을 지냈다. ‘불황기에 투자하고 호황기에 감축하라’는 전략을 구사한다. 경기가 심한 침체를 겪던 98년 ‘라우동’ 제품 개발을 시작해 2000년 이후 효자상품 목록에 올렸다.
김희대(金熙大) 레스코 사장은 ㈜삼화 국제상사 해태상사 등을 거쳐 동원그룹에 입사했다. 업무 관련 계약서는 집에 가지고 가서라도 이중삼중으로 확인할 만큼 철저하다.
▽대주주 일가〓김재철 회장의 두 아들은 모두 동원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남인 남구(楠玖·39)씨는 동원산업에서 2년 정도 근무한 뒤 91년 동원증권에 들어와 지점영업 자산운용 기획부문 등에서 실무역량을 키워왔다. 현재 직책은 동원증권 부사장. 동원산업 근무 시절 원양어선을 타고 베링해에서 5개월 동안 명태를 잡으면서 선원들에게 회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잡일을 도맡아 했다고 한다. 96년 증권업계 최초로 증권전산으로부터 고객원장을 이관해오는 일을 기획, 추진해 고객서비스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
차남인 남정(楠晶·29)씨는 동원산업을 거쳐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동원그룹을 이끄는 주요 전문경영인 | |||||
회사 | 직위 | 이름 | 나이 | 학력 | 출신지 |
동원산업 | 사장 | 신성택 | 61 | 항도고, 부산수산대 어로학 | 부산 |
동원F&B | 사장 | 박인구 | 56 | 조선대부속고, 조선대 법학 미국 USC 대학원 재정학 | 광주 |
동원증권 | 사장 | 김용규 | 53 | 서울고, 연세대 경영학 | 서울 |
이스텔시스템즈 | 사장 | 서두칠 | 63 | 진주고, 경상대 농학연세대 대학원 경영학 | 경남 사천 |
동원EnC | 사장 | 강병원 | 55 | 조선대부속고, 서울대 공대 | 전남 나주 |
동원식품 | 사장 | 김상국 | 56 | 경북고, 고려대 경영학 | 대구 |
동원캐피탈 | 사장 | 조영현 | 53 | 양정고, 고려대 법학 | 경기 파주 |
동일냉동식품 | 사장 | 아다치 미키오 | 63 |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 | 일본 도쿄 |
동원창투 | 사장 | 김주원 | 44 | 청주고, 성균관대 경영학 | 충북 청주 |
동원상호저축은행 | 사장 | 이춘식 | 53 | 목포상고, 조선대 경제학 | 전남 목포 |
레스코 | 사장 | 김희대 | 50 | 경기고, 서울대 국문학 | 대구 |
동원홈푸드 | 사장 | 이국진 | 47 | 경성고, 서강대 경영학 |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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