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 짝짓기 주춤… 하나-제일 합병포기

  • 입력 2002년 6월 1일 22시 05분


은행들끼리의 합병 구도가 바뀌고 있다.

작년부터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였던 우량은행간 합병은 별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은 원래 예정됐던 제일은행과의 합병을 포기하고 서울은행으로 눈을 돌렸다. 신한-한미은행 합병 협상은 최대주주 변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하나-제일, 왜 결렬됐나〓양측의 가격차가 너무 컸다. 하나은행은 제일은행의 순이익이 2000년에 비해 26.8%나 줄었고 총자산도 27조원 수준으로 감소한 점을 들고 있다. 즉 제일은행의 소매금융 기반이 취약해져 미래수익가치를 높게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

반면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리지는 하나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뉴브리지는 또 충분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후 파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은 올초부터 정보기술(IT)투자와 영업점 리모델링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하나, 서울은행 인수 나서〓하나은행은 ‘합병후 총자산 100조원’을 목표로 서울은행을 선택했다. 서울은행은 그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여신비율을 총대출금의 2.17%(3292억원)로 줄였고 충당금도 이미 70% 쌓았기 때문에 추가 부실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서울은행 공개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밝힌 대로 우량은행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준다면 인수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은행의 100% 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예정대로 골드만삭스를 주간사로 해 국내외 투자자를 상대로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신한-한미 협상도 지지부진〓신한-한미가 합병한다면 최대주주가 신한지주 대주주인 재일동포가 아니라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그룹이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난관이다. 재일동포들이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면서까지 한미와 합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칼라일은 투자기관이므로 합병 대가로 현금을 원하는데 신한지주는 그런 자금 여유가 없다. 따라서 일부는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신한지주 주식으로 줘야 하는데 칼라일은 경영권을 신한지주에 넘기는 대가로 상당한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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