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벤처빌딩인 서울 서초구 S빌딩은 370억원 안팎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미 매수자를 물색해 둔 터라 이르면 이달 말 주인이 바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이 빌딩은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 사옥이었으나 90년대 말 건설업체가 부도난 후 채권단이 관리해 오다 작년 11월 말 S사에 팔렸다. 이번에 또다시 빌딩이 팔리게 되면 불과 6개월 만에 주인이 바뀌는 셈.
이처럼 ‘단타매매’가 가능한 것은 거래 과세가 거의 없기 때문. 벤처빌딩으로 지정받은 건물을 취득하면 매매가의 5.8%인 취득·등록세가 전액 면제되며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S사가 빌딩의 법적 소유권을 넘겨받기 보름 전인 작년 11월 중순 이 건물을 벤처빌딩으로 지정받았으며 실제 계약은 그해 8월 말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전형적인 단타매매로 보고 있다. 세제 혜택을 노려 벤처빌딩으로 지정받은 뒤 소유권을 이전했다가 웃돈을 얹어 바로 되판다는 것.
실제 이 빌딩은 벤처빌딩으로 지정받긴 했으나 벤처기업들을 거의 입주시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벤처빌딩은 전체 연면적의 70% 이상에 6개 이상의 벤처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이 같은 사례는 S사뿐만이 아니다.
올 들어서만 서울 강남지역의 8개 벤처빌딩이 제3자에게 매각됐다. 이 빌딩들은 모두 벤처빌딩 지정을 반려했거나 취소당했다. 매각 후 일반 기업체 사옥으로 쓰이거나 벤처기업 유치용으로는 애초부터 적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98년 이후 벤처빌딩으로 지정된 빌딩은 총 137개 동. 이 가운데 5월 말 현재 49개 빌딩의 지정이 취소됐다.
A컨설팅 관계자는 “벤처빌딩 제도를 악용해 단타매매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대형 빌딩가격이 오름세를 타면서 벤처빌딩을 투자용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