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남양유업-해찬들 공장 르포

  • 입력 2002년 6월 4일 18시 00분


남양유업 충남 공주 공장 포장실(위)과 해찬들의 논산 신공장(아래)
남양유업 충남 공주 공장 포장실(위)과 해찬들의 논산 신공장(아래)
“공장까지 와서 정작 용기에 분유가 담기는 장면을 보지 말라고요?” (기자)

“절대 안 됩니다. ‘청결구역’이라서요.” (장치훈 남양유업 충남 공주공장 품질관리부장)

벽면이 투명해 먼발치에서 분유 캔에 분유를 담는 기계를 볼 수는 있었다. ‘청결구역’은 작업에 꼭 필요한 1, 2명만 ‘바람 샤워’로 먼지를 제거하고 무균복을 입어야 들어갈 수 있다. 이곳의 공기는 ‘제습(除濕) 살균’해 인공적으로 주입한다.

원료는 모든 과정에서 파이프를 타고 바람을 통해 운반된다. 뒤쪽에서 살균된 공기로 바람을 불어넣거나 앞쪽에서 흡입하는 식. 만들어진 분유를 통에 담는 ‘포장 작업’만이 유일하게 원료가 공기에 노출되는 부분이다.

온도조절실 등 기자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준청결구역’. 신발 커버, 머리 커버, 위생 가운을 착용하고 물과 알코올로 매번 손을 씻어야 한다.

97년까지만 해도 원료를 사람이 나르거나 컨베이어 벨트로 운반했다. ‘바람 시스템’으로 운반 중 벌레나 이(異)물질이 들어갈 우려가 없어졌다.

남양유업은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공장에 대대적인 안전관리 설비투자를 했다. 비싸더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특히 어린이 식품은 안전성과 매출이 직결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우선 97년 ‘위해(危害)요소 중점관리’(HACCP) 위원회를 만들었다. 98년 6월 유제품, 99년 9월 발효유와 치즈, 2000년 10월에는 가공유 등이 정부로부터 HACCP 인증을 받았다. 조제분유와 이유식은 HACCP 대상이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비슷한 기준을 운용한다. 조제분유와 이유식에 투자한 돈만도 약 700억원.

HACCP는 최종 제품 검사만 해서는 식품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보고, 생산의 모든 단계에서 ‘있을 수 있는 위험의 가능성’을 매뉴얼로 정리해 사전에 처리하는 제도. 미국 유럽 등에서는 KS마크만큼이나 일반화돼 있다. 국내에서는 95년 12월 도입됐으며 올 5월 말 현재 인증사업장은 160곳이다. 2000년 말에는 50여곳에 불과했다.

‘위험이 존재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다’는 원칙에 따라 남양유업 공장 화장실에는 비데 시설도 설치돼 있다. 온도와 습도, 발효 공조의 미생물 정도 등은 자동 기록되며 기준치를 이탈하면 바로 신호가 울린다.

물류창고는 섭씨 5도로 유지된다. 창고 문과 냉장트럭 뒷문의 크기가 정확히 맞아 싣는 도중 상온에 접하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운반차량 운전자가 밤에 도로변에 냉장을 끈 채로 잠자는 경우를 적발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불시에 지키기도 한다. 98년 294건이던 고객 불만이 2001년 34건으로 줄었다.

해찬들도 올 5월 충남 논산에 400억원을 투자해 연 4만5000t의 고추장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열었다. 올해 안에 HACCP 인증을 받을 계획. 원료를 바람으로 운반하는 장치, 자동 온도 감지, 증기살균, 외부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에어커튼 등은 기본. 형광등에도 일일이 커버를 씌워 설령 깨지더라도 파편이 제품에 들어가지 않는다.

오정근 해찬들 사장은 “HACCP 인증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식품안전과 수출기준이 될 수 있다”며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해찬들은 올해 수출물량을 지난해보다 3배 늘려 잡았다. 남양유업도 올해 3월부터 발효유를 미군에 납품하고, 러시아 식품안전당국의 안전인증을 받는 등 국제적으로 안전관리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공주·논산〓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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