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에서 산업을 키우고 지원했던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들 가운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해 좋은 실적을 올린 사람들이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옛 통상산업부 차관을 끝으로 약 30년간 몸담아온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사장과 LG상사 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데이콤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운서(朴雲緖) 부회장.
박 부회장은 2년여의 한국중공업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1999년 ‘신바람 경영’이란 책을 낼 정도로 ‘민간 경영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데이콤 경영을 맡은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5년 이상 계속된 적자상태를 흑자로 돌려놓았다. 지난해 4·4분기에 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며 올해는 연간 1조2000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1559억원, 당기순이익 330억원을 달성, 흑자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다.
99년 12월 당시 한국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선박엔진 부문을 합병해 설립된 ‘빅딜 기업’인 HSD 사장으로 2000년 1월 취임한 김균섭(金均燮) 전 산자부 기획관리실장.
김 사장은 부산 창원 등지에 흩어져 있던 공장을 창원으로 이전 통합하는 등의 구조 개편과 서로 다른 기업 출신 직원들의 화합 분위기를 조성, 취임 첫해 경영을 흑자로 돌렸다.
산자부 무역조사실장과 공보관 등을 거친 후 2000년 11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검사업체 ㈜메카텍스로 영입된 김정곤(金正坤) 사장. 그는 지난해 품목과 바이어 업체를 다각화한 것이 성과를 거둬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배 늘어난 3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통산부 전자기기과장(부이사관)을 끝으로 97년 3월 동원정밀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인구(朴仁求) 사장은 98년 12억원, 99년에는 3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박 사장은 이어 2000년 10월 동원 F&B의 사장에 취임한 뒤 순익중심 내실 경영으로 지난해 매출 5527억원에 순이익 132억원을 올렸다. 동원 F&B는 올 1·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14.3%와 34.9% 늘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B2B) 업체인 ‘e코리아 플랫폼’의 이우석(李愚錫) 사장은 산자부 총무과장을 지내다 2000년 5월 이 회사 CEO로 영입됐다. 지난해 104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무려 1000억원 정도로 올려놓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이밖에 산자부 수송기계산업과장을 지낸 모바일솔류션 벤처기업 ‘마이크로랩스’의 강순곤(姜淳坤) 사장도 지난해 12억원인 매출을 올해 25억원까지 끌어올려 모바일솔류션 분야의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