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관련업계 및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의류와 화장품 등 이미지 상품 수출업체는 별도의 홍보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가만히 앉아서 톡톡한 매출액 증가효과를 볼 전망이다. 또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 제조업체들과 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상당한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이란 객관적인 품질 차이가 없다 해도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사실만으로 중국 등 다른 원산지 제품에 비해 더 받을 수 있는 가격을 말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의 현주소〓원산지 프리미엄이 큰 대표적인 제품은 의류. 패션전문가인 김해련(金海蓮) 아이에프네트워크 사장은 “똑같은 디자인과 품질에 똑같은 소재를 사용해 만든 옷이라도 가격은 원산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드인 코리아의 가격을 100이라고 하면 ‘메이드 인 차이나’는 약 60, ‘메이드 인 프랑스’나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가격은 150 정도라는 것. 김 사장은 “이 같은 원산지 프리미엄 때문에 제조공정의 상당부분을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진행했더라도 원산지 표시에 필요한 제조공정은 선진국에서 하는 의류업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중국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시에 있는 한국타이어 자싱공장의 송권호(宋權鎬) 총경리는 “똑같은 타이어 제품이라도 한국산이 중국산에 비해 10% 비싸게 팔린다”고 말했다.
또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같은 기능을 가진 자전거를 비교할 때 한국산이 중국산보다 10∼20%가량 비싸다”고 밝혔다. 물론 자전거는 기능이 비슷해도 객관적인 품질 차이가 있지만 품질차를 무시해도 어느 정도 프리미엄은 있다는 것.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은 이미지가 중요한 상품일수록, 기업브랜드 파워가 약한 제품일수록 강하다. 석유화학원료와 같은 산업재는 같은 회사가 만들면 한국산이든 중국산이든 가격차가 없다. 또 삼성전자는 개별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원산지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삼성전자 해외운용그룹 관계자는 “가전제품을 어느 나라에서 만들건 삼성전자의 브랜드를 달면 필립스나 산요의 유사제품보다 5% 이상의 가격을 더 받는다”고 말했다.
▽월드컵과 코리아 프리미엄의 상관관계〓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98개 해외무역관을 통해 72개국 소비자 1만27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3%가 한국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연상작용으로 ‘분단국가’를 꼽았다.
또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졸업했지만 아직까지 국제금융계에서 한국하면 ‘외환위기’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 산업은행 최봉식(崔鳳植) 외자조달팀장은 “이 때문에 한국 금융기관들은 외자를 빌려올 때 신용등급보다 더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한다”면서 “실제로 신용등급이 같은 중국보다 한국의 조달금리가 비싸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 이상규(李祥揆) 수석연구원은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는 세계인들의 뇌리에서 ‘분단국가’와 ‘외환위기’국가를 몰아내는 이미지 개선효과가 크다”며 “이와 함께 코리아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드는 외화 수백억달러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은행 최 팀장은 “월드컵 개최가 직접적이고 단기적으로 조달금리를 끌어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월드컵 개최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정부는 금융개혁을 가속화하고 기업들은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