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피플]월드컵개막식 총괄진행 김찬형 제일기획 SP팀장

  • 입력 2002년 6월 10일 18시 51분


“월드컵처럼 세계인의 눈이 쏠려 있는 국제적 스포츠 행사는 주최국의 국가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난달 31일 월드컵 개막식 총괄진행을 맡은 김찬형 제일기획 SP팀장(42·사진)은 개막식이 끝난 뒤 2개월여 만에 처음 집에 들어가 온 몸의 기(氣)가 빠져나간 듯 쓰러졌다.

월드컵 개막식 진행을 맡은 뒤 성공적인 이벤트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전문가들 조언을 듣고 개막식 프로그램을 준비한 기간이 9개월.

9개월 동안 지속된 긴장은 개막식 당일 절정에 이르렀고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개막식이 끝나자 극도의 긴장이 한순간에 풀어지면서 김 팀장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이벤트 행사는 일반 광고 마케팅과 달라서 한 번 실수하고 나면 다시는 돌이키지 못합니다. 더구나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행사에서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게 되면 치명적이지요.”

각종 국제행사의 개막식은 주최국의 문화적 우수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으로서는 서울올림픽처럼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마케팅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문화적인 측면 외에 ‘세계에 무엇을 알려야 할까’를 고민했다.

정부 관료, 민간 연구소 연구원, 학계 등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을 만나 조언을 구한 결과 ‘한국이 정보기술(IT)강국이라는 점을 알리자’는 결론을 내렸고 행사 컨셉트를 IT에 맞췄다.

이번 개막식이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얼마나 업그레이드시켰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일단 외신의 반응으로만 보면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40여분 동안 펼쳐진 개막식에서 조화와 평화의 정신이 정점에 달했다.’(CNN방송)

‘한국의 전통 예술과 첨단 통신의 조화였다.’(로이터통신)

‘첨단 기술과 동양의 의미가 어우러진 개막식에서 관중들은 인종의 벽을 넘어 하나가 됐다.’(AFP통신)

김 팀장은 연세대 체육학과 79학번으로 연대 응원단장을 지냈다. 1985년 이벤트 업체를 설립해 운영하다 88년 제일기획에 입사한 뒤 줄곧 이벤트 분야에만 몸담으며 ‘이벤트의 대가(大家)’라는 별명을 얻었다.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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