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표심(票心)을 의식, 개혁법안 처리를 미적거리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정부의 선심성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구조개혁과 민생 외면하는 정치권〓정부와 채권단이 ‘매각만이 살길’이라 판정을 내린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정치권은 “연말까지 자력회생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시간 벌기에 나섰다. 정치권 인사들은 하이닉스의 해결방안을 경제논리에서 벗어나 정치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한국의 구조조정 의지가 국제 금융계에서 불신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1997년 기아자동차 처리과정에 정치권이 개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린 전철을 밟는 양상이다.
건설교통부가 작년 말 철도청을 시설부문과 운영부문으로 나눈 뒤 운영부문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철도산업 구조개혁법안도 국회에 묶여 있다. 공공부문 노조의 반발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금융구조조정의 ‘실탄’을 보급하는 예금보험공사 채권의 차환발행이 한나라당의 거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사실 선거 탓이다. 한나라당은 ‘6월말 공적자금 손실분을 확정짓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불신하며 예보를 막다른 길로 내몰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절실한 공적자금 손실분 상환방법 등에 대한 논의는 정작 정치권에선 실종돼 국가적 ‘화근’을 키운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최근엔 국회의장직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겹치면서 △과중한 사채이자를 제한하려는 대부업등록법 △영세상인의 임차보증금을 국세 채권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국세기본법 등이 표류하고 있고 △서울지역 아파트분양권 전매를 제한해 부동산 열기를 막으려는 주택건설촉진법 개정안도 법사위에 걸려 있다.
▽정부의 선심정책〓한국은행과 경제전문가들은 경기과열을 우려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아직도 ‘경기부양’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자동차특소세 감면 혜택을 당초 계획보다 2개월 연장해 8월 말까지 주기로 결정했다. 7월 한미자동차협상을 앞두고 미국 측을 의식하고 이미 자동차 출고계약을 맺은 고객을 배려한 조치이긴 하지만 ‘선거를 앞둔 ‘고육지책’의 성격도 숨길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의 최초 발표를 믿은 사람들에 대한 조세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졌다.
이달 5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선 2006년까지의 유류세 인상으로 운수업계가 지게 될 총 부담액의 절반을 세금으로 지원키로 결정했다. 매년 유류세 인상분의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7개월 전의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들은 또 “상호부조단체인 신용협동조합의 출자금을 예금보험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것으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해 왔지만 최근 “그런 계획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표심(票心)에 밀리거나 왜곡된 경제 법안 및 정책 | ||
법안 정책현안 | 내용 | 현황 |
철도산업구조개혁기본법 | 철도청을 시설공단과 운영회사로 나눠 민영화 | 2001년 12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지지부진 |
대부업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 사채이자상한을 60±30%으로 제한 | 2001년 6월 국회에제출했으나 지지부진 |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 증권분야에 국한시켜 선진국형 집단소송제 도입 | 2001년 12월 국회에제출했으나 지지부진 |
예보채 차환발행 동의안 | 금융 구조조정자금 마련 위해 예보채 재발행 | 여야 갈등으로 2002년 3월이후 처리 보류 |
자동차 특별소비세 감면 여부 | 8월까지 2개월 연장 확정 | 정부, “미국과의 통상마찰을우려했다” |
예금자보호법 개정문제 | 진념 전 부총리, “신협출자금을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언 | 정부, “그런 계획 없다” |
신용카드 방문 영업 | 불허방침 발표했다가 번복 | 정부, “카드모집인 대량실업을 우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