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JOB]로펌 '김&장' "1년 관찰후 스카웃…5년뒤 유학"

  • 입력 2002년 6월 13일 22시 02분


한국의 지식서비스기업 가운데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곳은 어디일까.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법률조언을 하고 소송을 대행하는 김&장법률사무소는 가장 유력한 후보의 하나로 꼽힌다.

회계법인은 국제경제계로부터 “못 믿겠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컨설팅분야는 외국계가 독식하다시피 했다. 이와 비교할 때 법률회사(로펌)는 아직 시장이 개방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

로펌계에서 김&장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규모와 인지도 등에서 2위권과 이만한 격차를 벌인 1위는 다른 업종에서도 드물다. 김&장은 1998년 유력한 금융전문지 ‘유러머니’에 의해 1998년 ‘아시아태평양지역 최우수 로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 두 번째 경제대국인 일본에도 김&장과 견줄 만한 규모와 지명도를 가진 로펌이 없다. 김&장은 왜 강할까.

▽전문화와 우수인재가 경쟁력〓한국의 대형 로펌들은 외환위기 이후 선발인원을 대폭 늘리거나 합병함으로써 사활을 건 대형화 경쟁을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지는 법률문제에 대해 전문성 있는 종합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수가 많아야 하기 때문.

김&장은 국내변호사 167명, 국제변호사 55명, 공인회계사 30명, 변리사 35명 등 300여명의 전문인력을 거느리고 있다. 광장 태평양 세종 등 국내 2위권 로펌의 2배에 이르는 규모.

김&장의 경쟁력을 말할 때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재의 우수성. 금융 인수합병 지적재산권 등의 분야에서 국내 정상권에 속하는 변호사들이 즐비하게 포진해 있다.

시험성적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김&장은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운 한국 최고 엘리트들의 집합장. 이재후 정계성 신희택 정경택 박준 허익렬 오관석 김기영 최동식 서정걸 이현철 김진오 김도영 천경훈 변호사 등 ‘서울대 법대 수석입학 또는 졸업’ ‘사법고시 수석합격’ ‘사법연수원 수석졸업’ 타이틀을 가진 이가 너무 많아 ‘차석’은 명함을 못 내밀 정도.

▽인재경영 노하우〓김&장에서 10여년간 인재선발을 담당했던 박병무(朴炳武)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사장은 “김&장은 시험성적만으로 단순하게 인재를 선발하지 않는다”면서 “우수한 인재라고 생각되면 1년 정도 매달 만나면서 때로는 관찰하고 때로는 김&장의 비전에 대해 설명한다”고 말했다.

인재관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김&장은 변호사가 입사한 지 약 5년이 지나면 예외 없이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 등 외국 유명대학에 유학시키거나 국제적인 로펌에 보내 연수를 시킨다. 이 때문에 국내 변호사들 가운데서도 외국변호사 자격을 가진 이가 적지 않다.

박 사장은 “한창 일할 나이의 고급인력을 업무에서 빼 연수를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김&장이 인재에 대한 투자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이 로펌은 또 지적소유권 환경 부동산 등에 전문화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던 80년대부터 특정분야의 사건은 항상 특정변호사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전문성을 키워왔다.

김&장 출신의 한 경영전문가는 “김&장을 타의로 그만둔 변호사는 지금까지 1명도 없을 것”이라며 “반면 좋은 실적에 대해 철저하게 보상함으로써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앞선 비전과 리더십〓요즘 들어 대부분의 대형 로펌은 대형화 전문화 우수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김&장은 이를 남보다 한발 앞서 추진해 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선발주자(First Mover)의 이점(Advantage)’을 크게 누리고 있는 셈.

신희택(申熙澤) 변호사는 “김&장은 8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스탠더드에 대한 비전을 갖고 미국 월스트리트에 있는 일류 로펌을 끊임없이 벤치마킹해왔다”고 밝혔다.

토론과 합의를 존중하는 집단지도체제형 리더십도 경쟁력의 핵심이다. 최고참 변호사와 신참변호사의 사무실 크기가 똑같은 것은 상징적인 대목. 김&장 관계자는 “엘리트형 조직은 소수가 전횡을 하거나 계층의식이 생기면 쉽게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장의 비전을 만들고 실천하는데 있어서 설립자인 김영무(金永珷) 변호사의 역할은 간과하기 어렵다는 평. 김&장 출신 경영전문가는 “김 변호사는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휴가를 모를 정도로 부지런하다”면서 “설립자가 솔선수범하는데 누가 자기계발에 소홀하거나 일을 게을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