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최고급 전자제품 분야에서 주역을 노리고 있는 삼성’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난달 맨해튼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진대제(陳大濟)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부문 사장이 한 발언을 소개했다. 그들이란 소니를 의미한다. 이 기사는 소니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초점을 맞추면서 두 회사의 신경전을 소개했다.
최근 공전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스파이더맨’을 제작한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는 스파이더맨이 뉴욕 타임스 스퀘어를 지나쳐 가는 장면의 예고편에서 이 광장에 세워진 삼성전자의 수백만달러짜리 실제 광고판 대신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 광고판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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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삼성전자가 발끈, 이 광고판이 세워진 건물의 주인으로 하여금 뉴욕의 서던 디스트릭 법원에 소니 픽처스를 고소토록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이유는 경쟁사를 의식해 일부러 광고판을 지운 ‘디지털 해적행위’라는 것.
이 소송은 여전히 계류중이지만 영화 본편에서는 삼성전자의 광고판이 그대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살아 남았다.”
이 신문은 자부심 섞인 진 사장의 말을 빌려 “기업 이미지를 지키려는 삼성의 집요한 노력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고 보도했다. 삼성은 올해에만 전 세계 광고예산으로 4억5000만달러(약 5700억원)를 책정했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의 많은 간부들이 소니를 능가하려는, 거의 집착에 가까운 의욕을 나타내 왔다”면서 “이는 과거 식민모국이었던 일본을 넘어서려는 국가적인 열망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오동진(吳東振) 삼성전자 미주담당 부사장은 “소니는 지금은 오직 DVD와 TV 같은 오디오와 비디오에서 강점을 갖고 있을 뿐”이라면서 “우리는 휴대전화나 평면 스크린과 같은 다른 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소니 측의 반응은 삼성을 무시하는 것에 가깝다.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소니 회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은 소니를 모델 또는 브랜드 이미지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제품 디자인과 제품 기획을 우리로부터 배우고 있는 중”이라면서 “소니는 그들에게 좋은 표적”이라고 말했다.
소니는 삼성전자로부터 주요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그는 이를 두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두 회사에 모두 이득이 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여전히 삼성을 부품 회사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는 이처럼 삼성전자를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삼성이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단계라고 저널은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