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와 노조는 채권은행이 지분 80%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하자 그동안 뚜렷한 활동을 벌이지 못했었다.
▽소액주주와 노조의 움직임 = 소액주주 모임인 하이닉스 살리기 연합회 오필근 의장은 16일 "채권은행단이 3조원어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바꾼 것에 대해 무효소송을 6월중에 내겠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노조도 다음달 24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정치권과 국민을 상대로 하이닉스 독자생존의 현실성을 설명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그동안 소액주주는 보유 지분이 1개월만에 85%에서 10%로 줄어들면서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연합회가 4월에 낸 비슷한 가처분 신청은 서울지법이 "소액주주에게 권한이 없다"며 기각한 바 있어서 '법률 싸움'이 가능한지 조차도 미지수였다. 그러나 소액주주는 때마침 나와준 정치권의 지지 발언을 '비빌 언덕'으로 믿고 있다.
15일 총회에서 간부로 선임된 A씨는 "정치인의 인기영합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지만, 소액주주의 투표권을 십분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37만명이던 하이닉스 소액주주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국민은행 등 채권은행이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새로 발행된 주식을 지난 10일간 수천만주씩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을 개미 투자자들이 사들이고 있기 때문.
▽정치권의 개입 =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뱉어낸 '달콤한 공약'은 정치권이 하이닉스 처리에 기본원칙을 갖고 있는지 의심케 할 정도다. 한나라당 손학규 후보는 "해외매각의 부당성을 알리고, 하이닉스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손 후보 생각대로 하이닉스가 독자생존하기 위해선 추가 부채탕감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부채탕감은 특정기업에 돈 퍼주기"라고 비난했었다.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총지휘해 온 진념 후보도 180도 달라졌다. 진 후보는 하이닉스 노조측에 "독자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 후보는 그러나 그동안 "영업이익이 좀 났다고 독자생존할 수는 없다"고 말해 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