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特需)’로 산업 전반에 희색이 도는 가운데 주택업체들은 말 못할 고민으로 속병을 앓고 있다. 월드컵 때문에 분양시기를 이달 말로 늦춰 놓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8강 진출로 인해 또다시 시기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
대우건설은 당초 18일부터 청약을 받기로 했던 인천국제공항 내 오피스텔 공급을 잠정 연기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6강전 때만 해도 이 달 중순부터는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한국이 예상 밖의 선전(善戰)을 거듭해 부득이하게 시기를 늦춰 잡았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인 현진종합건설도 강원 춘천시에 짓는 아파트 분양 일정을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로 바꿨다. 이 회사 오민권 팀장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만 쏠려있어 분양광고를 내보내도 전혀 반응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현진종건은 한국이 8강에 진입하자 다음달 1일부터 내보내기로 했던 TV광고도 한 달이나 연기했다.
분양시기도 문제이지만 주택업체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건 월드컵과 관련한 마케팅이 쉽지 않다는 것. 일반 제조업체들은 월드컵에 맞춰 각종 경품 제공이나 가격할인 등을 내걸 수 있지만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아예 모델하우스 방문객이 뚝 끊겨 마케팅 자체가 불가능한 형편이다.
H사 관계자는 “일부 주택업체들이 피버노바 축구공 등 기념품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며 “월드컵이 끝나면 바로 여름 비수기로 연결돼 고민”이라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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