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의 성정이 우직함이라면 한투의 그것은 세일즈정신.”(대한투자신탁증권 남명우 차장)
두 회사 간부들의 표현처럼 두 투신사는 한국 투자신탁업계의 영원한 맞수다. 아직도 ‘원조논쟁’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는 19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 말까지 1위를 다투며 투신업계를 이끌어왔다.
지금도 두 회사는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89년 12·12 증시부양조치 등 잘못된 정부의 영향력 행사와 99년 대우그룹 부도 때문에 부실이 불어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태다.
2001년 회계연도 정기 주총을 막 끝낸 두 회사의 경영 현장을 점검했다.
▽2002년은 자기자본 ‘플러스’의 전환의 해〓대투와 한투에는 99년 이후 출자 형태로 7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한투는 4조9000억원, 대투는 2조8000억원을 받았다. 투입된 공적자금은 대우그룹 부도로 인한 대우채 손실 등을 털어내는 데 쓰였다.
두 회사는 공적자금을 받으면서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정상화계획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대투는 2005년 3월까지 자기자본을 플러스로 전환키로 했고 한투도 2005년 6월까지가 목표다. 그러나 대투의 김병균(金炳均) 사장과 한투 홍성일(洪性一) 사장은 “올해 안에 자기자본을 플러스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실적은 늘고 있지만〓지난해 9·11 테러사건 이후 증시가 폭등하면서 두 회사는 목표 수탁고가 수조원대 대표펀드인 그랜드슬램(한투)과 갤롭코리아(대투)를 출시하면서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이에 힘입어 3월로 끝난 2001 회계연도에 두 회사는 공적자금 투입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을 냈다. 한투의 경우 3249억원의 경상이익을 냈으나 대우채 등 우발채무를 처리, 당기순이익은 590억원을 나타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조기에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분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2000년 종합증권회사로 전환한 뒤 다른 증권사들처럼 증권중개와 기업금융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적은 아직 좋은 편이 아니다.
두 회사의 지난달 증권중개 시장점유율은 대투 1.29%, 한투 2.09%로 인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업계 1위인 삼성증권의 9.51%에 크게 못 미친다.
2001년 이후 기업공개 실적도 삼성증권이 16건, 4001억원인 데 비해 대투와 한투는 3건(265억원)과 7건(890억원)이다.
아성인 펀드 수탁고 부문에서는 15일 현재 두 회사가 각각 20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삼성증권에 빼앗긴 1등(21조5907억원) 자리는 아직 되찾지 못하고 있다.
▽회생의 사령탑은 누구〓누가 먼저 경영 정상화의 약속을 지킬지가 관심인 상황이어서 두 회사 CEO들의 어깨는 무겁다. 대투 김 사장이 경제기획원 관료 출신인 데 비해 한투 홍 사장은 삼성비서실과 중공업 증권을 거친 시장 출신.
2001년 3월 취임한 김 사장은 ‘변화에 대한 적응’과 ‘팀플레이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한투 홍 사장은 2000년 5월 취임해 정도경영, 인재경영, 현장경영을 강조해 왔다.
대한투신운용의 김호중(金浩中) 사장은 78년 이 회사에 입사한 공채 출신이며 최근 취임한 한국투신운용의 유병득(兪炳得) 사장은 삼성그룹의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