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응의 미술과 시장⑤]삶을 풍요롭게하는 미술품 투자

  • 입력 2002년 6월 23일 17시 55분


모든 투자에는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위험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특히 주식 투자가 그렇다. 얼마 전에 신문에서 읽은 기사가 어렴풋이 생각난다.

영국에서 있었던 일인가 본데 주식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열 몇 살짜리 아이와 어른인 주식 전문가가 1년 기한을 갖고 투자 수익률 게임을 했다. 결과는 어이없게도 전문가가 대패했다고 한다.

그간 주식 투자에 관한 오랜 세월에 걸친 엄청나게 많은 연구와 이론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제멋대로 움직이는 주식 가격(random walk)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필자도 24년을 금융기관에 근무하면서 주식으로 망가진 사람은 부지기수 봤어도 크게 부자가 된 사람은 별로 본 적이 없다.

주식 투자는 실패할 경우에 지불하는 금전적 비용도 막대하지만 성공하든 실패하든 치르게 되는 정신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계산이 안 될 뿐이지 더 클지도 모른다. 즉, 가치관의 혼돈과 정서의 황폐화다.

데이트레이더가 아니더라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매일 매일의 시세에 따라 기분이 들쭉날쭉해진다. 또, 하루하루의 득실을 계산해 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리고 지금 받고 있는 월급이 무의미해진다. 평상심을 잃게 되는 것이다.

미술품의 투자에도 불확실성이 있고 위험은 따른다. 그러나 주식 투자에 수반되는 위험과는 다르다. 미술품 투자에 있어서의 위험은 작가나 작품 또는 미술시장의 동향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최소화 할 수 있는 위험인 것이다. 이는 미술품 가격은 경기에 다소 영향을 받는 외에는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은 주식시장보다 훨씬 변동폭이 작고 하방경직성(下方硬直性)이 강하다.

미술품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투자하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이다. 미술품에 관심을 갖고 이 관심이 우연한 구입으로 연결되면 그 작가나 그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연구하게 되고 이는 또 다른 작가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어 전시회, 미술관, 박물관도 드나들게 되고 관련된 책도 사 보게 되고 국내 미술시장, 해외 미술시장 동향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되며 신문이나 잡지의 문화면에 눈길을 주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고 자기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모른다.

김순응 서울옥션대표·경매사 soonung@seoulau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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