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업계는 철강업체가 가격을 지나치게 올리는 바람에 아파트 분양가 인상 요인이 생겼다며 철강제품 가격을 올리기 전에 주택업체와 사전 협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철강업체는 “그럴 수 없다”면서 일부 건설업체에 공급을 중단해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계속되는 철강가격 급등세〓국제 철강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 철강업체들도 최근 각종 철강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2000년 4·4분기(10∼12월)부터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가격할인폭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값을 올렸다.
포스코는 4월 후판 가격을 5.6%, 스테인리스 강판 가격을 7.3% 올린데 이어 지난달에는 열연강판 가격을 t당 30만5000원으로 2만원 인상했다.
포스코는 국내 수급 상황과 국제 철강가격 동향을 지켜본 뒤 7월중 열연강판 가격을 추가로 올릴 방침이다.
동부제강 연합철강 등 냉연업체들은 4월 냉연강판 가격을 t당 38만9000원에서 40만9000원으로 인상한데 이어 7월에 다시 10% 올려 45만원 수준에 공급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또 INI스틸 동국제강 등 전기로 업체들은 2월 t당 철근 가격을 31만5000원에서 33만5000원으로 2만원 올렸으며 지난달말에는 다시 1만원을 더 인상했다.
▽주택건설업체 반발〓철강업계는 “국제 철강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다 원자재로 사용하는 고철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채산성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철근을 주요 원자재로 사용하는 아파트 건설업계는 “고철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철강업체들의 부담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더구나 철강업체들이 제품별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담합의 소지가 크다는 것.
건설업계는 “철강은 시멘트 레미콘 등의 가격 인상까지 선도하는 제품”이라며 “철근 값이 1만원 오르고 레미콘 가격이 5% 오르면 주택건설업체의 추가 원가부담은 회사별로 연간 30억∼100억원씩 커진다”고 주장했다. 이는 결국 분양가 인상 요인이 된다는 것.
건설업체의 자재담당 직원들 모임인 건설회사 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최근 ‘가격 인상에 앞서 사전 협의를 하자’고 요구하는 공문을 철강업체들에 보냈다.
그러자 철강업체들은 건자회 회장사(社)인 벽산건설과 철근분과위원장사(社)인 쌍용건설에 열흘간 공급을 중단하는 실력 행사로 맞섰다.
철강업체들은 하반기에도 제품 가격을 계속 올릴 방침이어서 건설 자동차 가전 등 철강 수요업체들과 철강업계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