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日 주간주택정보지 "남자오기 건드린 카피"

  • 입력 2002년 6월 24일 17시 57분


시대마다 그 시대의 추세가 있습니다. 미니스커트가 추세일 때가 있고, 나팔바지가 추세일 때가 있습니다.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가 있습니다. 그 추세를 따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적절한 시기에 그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한참 동안 우리에게도 카피의 힘만으로 온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스타일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그 시기가 아닐까요? 모두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을 때 홀로 나팔바지를 입어서 유행시킨다면요? 새로운 추세를 만든다면요?

여기 오래된 광고 하나가 있습니다. 일본의 주간주택정보지 광고입니다. 광고계에 몸담고 있는 분이라면 ‘아, 그 광고!’ 하실 게 틀림없습니다. 시대가 흘러 혹 잊혀지지나 않았나 싶은 광고 하나. 오늘, 비주얼의 힘이 아니라 카피의 힘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선택한 광고입니다.

마누라의 아버지한테서 ‘집 한 채도 없는 놈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불끈했다.

지금 딸의 애인에게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런 말들이 반복되고 있군.

주택을 싸게 사는 방법에 대한 말은 없습니다. 주택 관련 광고에 의례적으로 등장하는 커다란 숫자도 안보입니다. 하지만 남자라면 이 주택정보지를 안 보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힘이 느껴집니다.

때로는 논리를 이기는 것이 논리가 아닐 때도 많습니다. 논리로 마음의 빗장을 열기보다는, 감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 논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요즘 시대에 이런 카피를 쓰면 한 번쯤 더 봐주실 건가요? 아니면, 커다란 숫자에 더 눈길이 끌릴까요? 나팔바지를 무척 보고 싶은 시기입니다.홍 승 표 금강기획 카피라이터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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