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피플]TBWA코리아 강석창팀장 "붉은악마 캠페인 성공"

  • 입력 2002년 6월 24일 17시 57분


“온 국민의 붉은 악마화(化)에 일조해 광고인으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도심의 세살배기 꼬마부터 촌로(村老)에 이르기까지 4700만 전 국민에게 ‘붉은 악마’의 주술을 불어넣은 마법사 TBWA코리아 강석창 팀장(37·사진). 그는 빨간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붉은 악마들을 볼 때마다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대∼한민국’ 연호와 5번의 박수, 다시 이어지는 응원가 ‘오∼필승코리아’ 등이 자연스럽게 온 국민의 습관처럼 몸에 배는 데는 10여편의 붉은 악마 캠페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

강 팀장은 “광고를 잘해서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와는 또 다른 자부심이 생긴다”면서 “붉은 악마 광고는 한 기업이 상업적으로 만들어낸 광고라기보다 캠페인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캠페인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상업화를 꺼리는 ‘원조(元祖) 붉은 악마’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강 팀장과 광고주인 SK텔레콤 측은 붉은 악마들의 모든 행사를 후원하겠다며 한 달여 설득 끝에 지난해 10월 겨우 제작에 들어갔다.

하지만 제 아무리 붉은 악마라고 하더라도 200일이 넘게 남은 월드컵 분위기를 연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잠실운동장에 모인 3000여명의 붉은 악마가 감동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눈물’ 편은 스태프와 출연자 모두 애를 먹었다. 강 팀장은 “감동의 현장을 재현하기 위해 전광판에 한국팀 경기를 틀어주고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면서 당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캠페인이 성공하는 데는 ‘전 국민의 붉은 악마화’라는 명확한 목표를 공유한 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준 스태프 40여명의 역할이 컸다. 여기에 상업성을 드러내지 않은 광고주의 역할도 한몫 했다.

강 팀장은 “좋은 광고는 능력 못지 않게 열정으로 무장한 스태프와 좋은 광고주에서 나온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녀와 비구니가 자전거를 함께 타고 가는 ‘사람과 사람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편과 휴전선의 초병이 북으로 공을 차 넘기며 “다음엔 꼭 함께 뛰자”고 외치는 SK텔레콤 기업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했으며 광고생활 10년째를 맞고 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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