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정부와 시장에 끌려다녔던 한국 투신산업 역사의 한 단면. 그러나 2년이 멀다 하고 CEO를 자주 교체하는 것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바라는 고객의 이익과는 상충된다는 지적이 많다.
▽CEO 교체 실태〓6월 현재 수탁고가 업계의 5% 이상인 투신운용사 7개의 CEO 재임 기간을 분석한 결과 1990년 이후 취임한 CEO 32명의 평균 재임 기간은 18.4개월로 나타났다.
회사별로는 LG투신운용이 12.5개월로 가장 짧았고 제일투신운용이 27.3개월로 가장 길었다. 또 삼성투신운용이 14.5개월, 한국투신운용 18개월, 대한투신운용 18.2개월, 현대투신운용 18.4개월, 국민투신운용 25.3개월 등이다.
최장수 CEO는 95년 5월부터 2000년 5월까지 60개월을 재직한 대한투신(증권사 운용사 분리 이전)의 김종환 전 사장.
증권사와 운용사가 분리되며 증권사장을 계속한 경우나 최근 취임해 현직에 있는 경우를 빼면 이강원 전 LG투신운용 사장이 2개월로 가장 단명했다.
▽왜 단명했나〓특히 외환위기 이후에는 부실채권 발생의 책임을 추궁하는 차원에서 많은 CEO가 교체됐다. 99년 대우그룹 부도사태 당시 18조원에 이르는 대우그룹 부실채권과 10조원대의 기타 부실채권 등이 발생하자 상당수의 CEO가 옷을 벗었다. 대한투신과 한국투신에는 공적자금이 투입과 함께 운용사가 분리되며 CEO가 새로 임명됐다.
최근에는 수익률 부진과 수탁고 하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임기를 2개월 앞두고 최근 교체된 한 CEO는 펀드 수익률이 낮아지는 데 부담을 느껴 정기 주총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과거에는 전문성이 부족한 CEO들이 리스크 관리 경영과 투자자 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부실을 키웠고 최근에도 단기적인 외형성장과 경영성과에 짓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그룹 계열사들은 그룹 정기인사의 자리안배 차원에서 CEO가 교체됐다. 투신업계에서 전문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자리만 나면 증권 은행 등 금융권을 전전하는 CEO도 많았다.
▽무엇이 문제인가〓한국투신운용의 유병득 신임 사장은 “투신운용사의 CEO는 인사권 행사와 투자조직 개편 등을 통해 펀드의 수익률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CEO가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는 CEO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철학을 조직에 투영하고 투자전략을 실천해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에만 매달려 부실의 요소를 남길 우려도 있다. 또 CEO가 자주 교체되면 조직의 변동이 심해진다.
김호중 대한투신운용 사장은 “CEO가 실무자를 자주 간섭하고 바꾸면 실무자가 잘 할 수 없는 것처럼 주자나 투자자도 CEO에게 안정된 기간 동안 장기적인 경영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 사장도 “미국처럼 전문성과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CEO가 10년 이상 장수하는 상황이 오면 투신업계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하는 CEO 아래에 장수하는 펀드매니저가 나오고 한 펀드가 오랫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 투자자들의 신뢰가 살아난다는 논리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수탁고 상위 7개 투신운용사의 90년 이후 취임 대표이사 현황 | |||
회사 | 이름 | 재임시기 | 재임기간 (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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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황영기 | 1999.12∼2001.5 | 17 |
배호원 | 2001.6∼현재 | 12 | |
대한 | 이진무 | 1993.5∼1995.5 | 24 |
김종환 | 1995.5∼2000.5 | 60 | |
이덕훈* | 2000.5∼2001.3 | 1 | |
한동직 | 2000.6∼8 | 2 | |
조성상 | 2000.8∼2001.12 | 16 | |
김호중 | 2001.12∼현재 | 6 | |
현대 | 김봉헌 | 1994.10∼1996.2 | 16 |
이정우 | 1996.2∼1997.4 | 14 | |
이창식* | 1997.4∼현재 | 10 | |
강창희 | 1998.2∼2000.1 | 23 | |
김병포 | 2000.1∼현재 | 29 | |
한국 | 손홍균 | 1991.12∼1994.3 | 27 |
이근영 | 1994.3∼1996.9 | 30 | |
변 형 | 1996.9∼2000.1 | 40 | |
이종남 | 2000.1∼5 | 4 | |
홍성일* | 2000.5∼현재 | 3 | |
조영제 | 2000.8∼2002.6 | 22 | |
유병득 | 2002.6∼ | 0 | |
제일 | 하진오 | 1995.6∼1999.2 | 44 |
김동우 | 1999.3∼2001.5 | 26 | |
이용민 | 2001.6∼현재 | 12 | |
국민 | 김남석 | 1995.12∼1999.5 | 41 |
박정인 | 1999.7∼2000.6 | 11 | |
백경호 | 2000.6∼현재 | 24 | |
LG | 최승락 | 1994.1∼1996.12 | 23 |
서경석 | 1997.1∼1998.1 | 12 | |
육동수 | 1998.1∼12 | 11 | |
장시영 | 1999.1∼2001.2 | 25 | |
이강원 | 2002.2∼4 | 2 | |
박기환 | 2002.4∼현재 |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