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일본 기업인들도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 응원에 나섰다.
한국-독일의 4강 경기가 열린 2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는 한국에서 일하는 일본 기업인 200여명이 모여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이들은 붉은 악마 티셔츠와 일본 축제복을 입고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봤다. 벽에는 ‘요코하마로 가자!!’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이 모임을 주선한 서울·재팬클럽(SJC) 교양문화위원회 사사키 노리코(佐ケ木典子)는 “일본은 16강 진출에 그쳤지만 공동개최국인 한국은 우승하기를 바란다”며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일본인으로서 한국 축구팀에 조금이라도 힘을 더하기 위해 응원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직적 모임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일본계 기업인들이 한국 축구팀을 응원해 온 것은 훨씬 전부터였다. 특히 일본팀이 8강에 탈락한 뒤에는 더욱 열성적으로 한국팀을 응원했다.
섬유제조업체인 ‘한국포리올’과 일본계 종합상사 ‘㈜도맨’에 근무하는 일본인 직원 10여명은 한미전 때 웨스틴조선호텔을 예약해 한국팀을 응원했다. 한국포리올 부사장 가미야마 히로시(神山洋)는 “경기 때마다 직원들과 모여 한국팀을 응원한다”며 “한국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과 붉은 악마의 열띤 응원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SJC 교양문화위원회 이요베세쓰코(伊豫部節子)는 “처음 일본 기업인 6, 7명으로 시작한 응원단 수가 갈수록 늘어났다”며 “한국 축구팀 응원이 한국과 일본 기업인들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빨간 소형차-스포츠카 불티▼
축구대표팀 응원의 ‘붉은 물결’이 자동차로까지 퍼지고 있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경·소형차 및 스포츠카를 중심으로 붉은색 모델의 계약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소형차 칼로스의 빨간색 모델을 지난달 50대 팔았으나 이번달에는 벌써 100대 이상 판매했다. 24일 발표한 레조 2003년형에도 월드컵 붐을 겨냥해 빨간색 모델을 추가했다. 대우차 관계자는 “최근 빨간색 마티즈나 칼로스를 찾는 고객이 늘고 일부 영업점에서 전시 차량으로 빨간색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라비타는 3월 붉은색 모델의 판매량이 0.3%에 불과했으나 5월 0.6%를 기록했으며 이번달에는 0.7%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기아차의 서울 여의도지점 관계자도 “이번달에 계약된 경차 비스토 4대 중 3대가 빨간색이었다”고 전했다.
현대차 투스카니 등 스포츠카의 경우 붉은색 선호가 더욱 눈에 띈다. 서울 강남지역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수입 스포츠카를 찾는 고객들은 거의 대부분 한번쯤은 붉은색 모델을 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붉은 색상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기 때문. 최근 빨간색 마티즈를 샀다는 회사원 정연수(鄭然守·29)씨는 “과거 붉은색 하면 ‘선정’ ‘파격’ 등의 단어가 먼저 떠올랐지만 요즘엔 ‘열정’ ‘패기’ 등이 떠오른다”며 구입 이유를 설명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