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떠나 있다가 한국에 돌아와 보니 많은 것이 어색했습니다. 직원은 물론 비즈니스를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날 때 흘러간 노래를 부르면 딱딱했던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며 일이 잘 풀려 좋습니다.” (서울증권 강찬수 회장)
직원들과의 회식자리나 비즈니스를 위해 사람을 만날 때 노래를 부르는 최고경영자(CEO)가 늘어나고 있다.
강석인 사장은 통계청에서 일할 때 ‘노래 사랑회’를 직접 만들어 활동했고 산업은행 감사 시절에는 은행 합창부원으로 활약했다. 테너로 ‘보리밭’과 ‘그리워’ 등 우리 가곡을 즐겨 부른다. 음반을 낼 기회가 몇 차례 있었는데 못낸 것을 아쉬워한다.
강찬수 회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지만 흘러간 노래는 물론 최신곡에도 정통하다.
대우자동차 이종대 회장은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이 성악을 전공하라고 추천할 정도로 노래를 잘했다고 한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신세대 노래를 소화할 정도.
현대백화점 이병규 사장은 굵고 선명한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노래를 부른다. 2년 전 신입사원 환영회 때 당시 유행하던 컨츄리꼬꼬의 ‘김미김미’라는 노래에 맞춰 테크노댄스를 멋지게 추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애창곡은 주다스 프리스트의 ‘Before The Dawn’과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서울대 합창단 출신인 인터파크의 이기형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리톤 가수. 직원들과 술을 마실 때도 80년대 선술집 분위기가 나는 술집에서 손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18번은 ‘명태’.
금호그룹 박정구 회장은 선친인 박인천 창업주가 “저 솜씨 만들려고 들어간 돈 적잖다”며 농담했을 정도로 노래 실력이 뛰어나다.
대림산업 계열사인 대림I&S의 김영복 사장은 음반을 냈고 롯데건설 임승남 사장도 술을 한잔하면 노래를 구성지게 부른다.
조흥은행 위성복 이사회 회장은 설운도 송대관 현철 등 트로트 가수의 최신곡을, 박세용 전 INI스틸 회장은 클래식을 즐겨 부르고 대원강업 허승호 사장은 자신의 피아노 반주로 ‘마이 웨이’를 잘 부른다.
골프가방을 만드는 벤처기업인 두조의 전경자 사장은 이화여대 성악과 출신인 만큼 더 설명이 필요없다.
이 밖에 삼성엔지니어링 양인모 사장은 흘러간 옛 노래 솜씨가 일품이다. 김명현 전 세종증권 사장과 홍인기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도 음반을 냈을 정도의 노래 실력을 갖고 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