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시작돼 15회째를 맞은 루이뷔통 클래식카 대회 올해 주제는 ‘아메리칸 드림’. 자동차 기술 발전에 공헌을 한 미국에 대한 헌정이었다. 끈적끈적한 재즈 선율이 휘감은 행사장 입구에는 포드의 모델 T, 엘도라도 비아리츠, 뷰익의 리갈 등 미국산 자동차 6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루이뷔통의 마셀로 보톨리 사장은 패션 브랜드에서 클래식카 대회를 갖는 이유에 대해 “여행, 테크놀로지, 로맨스라는 화두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패션과 자동차 특히 클래식 자동차는 서로 닮은 꼴”이라고 답했다. 루이뷔통은 1854년 럭셔리한 여행용 가방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중 여행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자동차와의 인연도 깊다. 루이뷔통의 창업주 아들인 조르지 루이뷔통은 1894년 세계 최초로 열린 파리∼루앙간 국제자동차 경주대회 참가자다.
루이뷔통 클래식쇼는 일반에도 공개되지만 원칙적으로 서구의 부호들을 위한 잔치다. 클래식카를 수집할 정도의 경제력이라면 루이뷔통의 마니아일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이런 이벤트로 소수의 고객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주려는 것. 수십년 혹은 백년이 넘는 클래식카를 사들여 끊임없이 리노베이션하고 닦고 가꾸는 데 취미를 붙인 애호가들은 대부분 유럽과 미국인이며 간간히 일본인도 섞여 있다. 대부분 자비로 자신의 차를 운반해서 대회에 참가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총 96대가 출품된 올해는 스포츠카, 아방가르드, 베스트 디자인 등 총 9개 부문에서 1등을 가리고 그랑프리, 심사위원 선정상, 인기상 등을 수여했다.
올해의 그랑프리는 1939년에 출시된 ‘알파 로메오 6C-2500’모델이 차지했다. 쿠페(coupx) 투어링 스타일로 매끈하고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디자인이었다. 인기상은 컨버터블 쿠페형의 뒤젠베르크 J(1929년식)에 돌아갔다. 265마력에 8개의 실린더를 가져 당대 최고의 파워를 자랑했으며 클라크 게이블, 게리 쿠퍼, 그레타 가르보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모두 이 차를 ‘애마’로 삼았다.
파리〓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