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 대주주 전횡 만연

  • 입력 2002년 7월 9일 17시 26분


정보기술(IT) 부품을 생산하는 코스닥시장의 화인썬트로닉스는 3월25일 새로운 최대주주(지분 27.06% 인수)를 맞았다. 이 회사는 같은 날 공시에서 “최대주주가 77억원을 대출받는 데 자사의 정기예금을 담보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270억원)이나 납입자본금(51억원)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금액.

최대주주들이 코스닥 등록기업으로부터 회사의 자금을 빌려쓰거나 빚보증을 세우는 일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공시의 의무만 있고 별다른 규제가 없기 때문.

금융감독원 공시감독국의 한 관계자는 “회사와 주주의 사적인 계약에 의한 거래에 정부가 일일이 간섭할 수 없다”며 “주주들이 직접 감시할 수 있도록 공시의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해서만 계열사간 상호출자 등을 규제할 뿐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신영증권 장득수 리서치팀장은 “최대주주라는 이유로 회사 돈을 끌어다 쓸 권리는 없다”며 “개인기업과 같은 전횡이 묵인된다면 공개기업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코스닥기업에 만연한 최대주주와의 거래〓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상반기 회사가 최대주주에 △돈을 빌려주거나 △담보를 제공하거나 △채무 보증을 서는 ‘직접적 금전거래’는 16개사이었다.

더구나 회사의 덩치에 비해 금전거래의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 문제.

3월 인투스는 최대주주가 바뀐 지 이틀 만에 최대주주에 46억원의 채무보증을 섰다. 인투스의 지난해말 자산은 275억원, 전년도 매출은 270억원에 그쳤다. 한신코퍼레이션도 최대주주인 터치스톤홀딩스가 채권을 발행하는 데 85억원의 담보를 제공했다. 3월말 현재의 자산(857억원)이나 자본금(319억원)의 각각 9.9%와 26.6%에 이르는 금액이다.

회사에서 자금을 빌려 자사주를 사는 최대주주도 있었다. 화인모드의 최대주주는 회사로부터 3억4000만원을 빌려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인츠커뮤니티의 최대주주도 자사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회사로부터 15억원을 빌렸다.

한편 거래소에선 세방전지만이 최대주주와 금전거래(50억원의 대출에 채무보증)를 했다.

▽최대주주가 바뀌는 기업 주의〓일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기업에서 더 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상반기 중 코스닥시장 전체의 ‘최대주주와 회사의 금전거래’는 793개 기업 중 16개(2.0%)였지만 최대주주가 바뀐 62개사 중에서는 5개사(8.0%)나 됐다.

한편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 중 일부 기업은 대표이사가 자주 바뀌어 ‘경영의 일관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다. 62개 기업 중 21개사(33.9%)가 대표이사가 바뀌었으며 이중 전신전자 창흥정보통신 테라 CBF기술투자 등은 상반기에만 두 차례나 대표이사가 변경됐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상반기 기업별 최대주주와의 금전거래 현황 (단위:억원)
구분채무보증금전대여담보제공
회사(금액)대원산업(40)인투스(46)세방전지(50)바이오스페이스(0.3)서울전자통신(295)성진산업(12)인츠커뮤니티(15)화림모드(3.4)넥스콘테크(5) 넷컴스토리지(10) 뉴씨앤씨(22) 맥시스템(9.8) 삼보정보통신(40) 써니YNK(15) 알덱스(50) 한신코퍼레이션(85) 화인썬트로닉스(77)
자료:코스닥증권시장 증권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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