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즐거워해야 할 해운 항공업계는 “만져볼 수도 없는 이익 때문에 세금만 늘어난다”며 별로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항공 해운업계는 오히려 현행 회계제도로는 환율 변동에 따른 경영실적 왜곡현상이 심각하다며 기업회계기준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선주협회는 10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연말 1200원일 때 34개 해운회사들의 순(純)외화환산이익은 8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같은 조건에서 대한항공은 연말에 25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70억원의 순외화환산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10일 원-달러 환율은 1170원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해운 항공업계의 10일 현재 순외화환산이익은 1조2000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해운 항공업체들은 외국에서 달러화를 빌려 선박과 비행기를 사오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오르면(환율 하락) 외화환산이익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환율 상승)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다.
현재 외화부채에서 외화자산을 뺀 순외화부채는 해운업계가 68억달러, 항공업계가 30억달러를 넘는 엄청난 규모이다.
현행 기업회계기준은 외화환산이익이나 손실을 그 해 결산에 모두 반영하도록 하고 있어 해운 항공업계의 경영실적은 사실상 영업실적이 아닌 환율에 의해 좌우되다시피 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지난해 1조16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4543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해 44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한국 해운업체의 신인도가 떨어져 금융거래에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선주협회는 밝혔다.
선주협회 김태진(金泰眞) 부장은 “해운업체는 대부분의 운임을 달러로 받아 외화부채를 상환하기 때문에 굳이 원화로 환산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적어도 외화부채 상환기간만큼이라도 외화환산이익이나 손실을 나눠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화환산손실이 났을 때는 신인도가 떨어져 문제지만 외화환산이익이 났을 때는 세금이 늘어 불리하다고 해운 항공업계는 하소연한다.
한진해운 세무담당자는 “세법상 외화환산손실에 대해 5년 동안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면서 “5년 안에 공제를 받지 못하면 6년째부터는 구경해본 적도 없는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따른 장부상 평가이익▼
◇외화환산이익=환율 변동에 따라 외화자산과 외화부채의 원화 기준 장부금액이 바뀌면서 발생한 평가이익을 말한다. 순외화환산이익은 외화환산이익에서 외화환산손실을 뺀 것.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