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기술장벽 높아진다.

  • 입력 2002년 7월 12일 17시 14분


《환경 안전 보건 등을 이유로 각종 기술요건을 강화해 무역을 제한하는 '무역상 기술장벽(TBT·Technical Barrier of Trade)'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각국의 반덤핑 조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무역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관세인하와 쿼터(수입할당) 축소 등으로 전통적인 무역장벽은 크게 낮아졌지만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이 등장한 것.》

12일 산업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에 따르면 WTO 출범 이후 사무국에 통보된 TBT는 4300여건에 이르며 올들어 5월까지 259건이 새로 통보됐다.

TBT는 각국이 안전 환경보전 등을 위해 독자적인 인증기준과 기술표준 등을 정해 지키도록 한 것이지만 수출국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선진국들은 높은 기술수준을 요구하므로 기술수준이 떨어지는 후발국 업체의 시장진입을 막는 무기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자부는 12일 신국환(辛國煥) 장관 주재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산업기술진흥회의'를 갖고 'TBT 파고(波高)' 대책을 논의했다.

▽정교해지는 TBT〓유럽연합(EU)은 내년 7월1일부터 납 수은 카드뮴 등 중금속을 함유한 자동차의 사용을 금지했다. 차체나 부품 어디에서도 금지된 중금속이 검출되면 안된다. EU는 또 자동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09년까지 ㎞당 140g 이하로 줄이도록 했다. 현재 국산 자동차의 이산화탄소배출량은 ㎞당 200g 수준.

파이어스톤사의 불량 타이어 파동을 겪은 미국은 고속시험, 내구시험의 조건을 강화하는 등 자동차용 타이어에 엄격한 기술표준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기술표준원 김윤광(金潤光) 기초기술표준부장은 "일본이 내년말부터 개인용컴퓨터(PC) 재활용을 위해 시행할 예정인 제도는 대표적인 신종 TBT"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수출업체가 일본 내에서 폐기물처리업 면허를 얻고 재활용 대리업체를 지정토록 하고 있다.

EU가 2008년부터 모든 전기전자제품의 생산공정에 납 수은 카드뮴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높은 기술력을 앞세운 사례. 기술표준원 이은호(李殷鎬) 국제표준과장은 "EU는 납을 이용하지 않고 부품 땜질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간접적인 방법으로 시장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가하는 반덤핑 조치〓세계 각국의 반덤핑조치 발동 건수는 95년 157건에서 지난해 330건으로 급증했다. WTO 출범 이후 35개국이 91개국을 상대로 한 반덤핑조치는 1840여건에 이른다. 특히 한국이 반덤핑 관세를 물거나 피소된 사례는 138건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KOTRA 해외조사팀 송유황(宋裕煌) 과장은 "각국이 반덤핑 조치를 자국산업 보호수단으로 활용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인 철강분야의 반덤핑 조치가 가장 많다. 지난해 품목별 반덤핑 조치는 △철강금속 128건 △화학 65건 △고무 플라스틱 40건 △기계 전기전자 25건 등이다.

한국은 6월말 현재 세계 22개국에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반덤핑 규제, 보조금 상계관세 등 129건의 수입규제를 받고 있다.

<구자룡기자> higgledy@donga.com

<신치영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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