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主제일주의 현장을 가다]②퍼시스

  • 입력 2002년 7월 15일 17시 56분


“퍼시스는 자사주 매입 등으로 기업 이익을 주주에게 많이 나눠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기자)

“‘나눠준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군요. 기업 이익은 원래 그 사람들(주주) 겁니다. 소유자에게 제대로 돌려주는 거지요.”

사무가구 전문기업 퍼시스의 대주주 손동창(孫東昌·54) 회장은 자신의 주주 정책에 관한 철학을 이렇게 표현했다.

퍼시스는 가구 업종으로는 믿기 어려운 1300억원대의 매출에 매년 200억원에 가까운 경상이익을 내고 있다. 이런 실적이 손 회장의 철학과 어우러져 퍼시스는 2000년 이후 한국 증시에서 ‘주주 정책의 교과서’라는 칭찬을 받을 정도로 주주중심 경영의 모범 사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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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자사주 매입, 높은 배당〓2000년 3월 종합주가지수가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 무렵 한국 증시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퍼시스의 자사주 매입 행진이 시작됐다.

3월 6만주 매입을 시작으로 4, 5, 6월 각각 10만주, 이어 8, 10월 다시 10만주, 그리고 2001년 4월 10만주를 매입함으로써 퍼시스는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66만주, 전체 주식의 5분의 1(21.57%)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게다가 퍼시스는 매입한 66만주 가운데 대부분인 56만주를 지난해 12월 소각했다. 저가에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주가가 오르면 이를 되팔아 이익을 내는 회사도 적지 않다. 따라서 퍼시스의 자사주 소각은 주당 배당액을 높이고 주당 가치를 증진시키겠다는 주주중심 경영 철학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

퍼시스는 배당도 매년 액면가 대비 30%(1999년은 40%)씩 해 온 고배당 기업이다.

▽탄탄한 현금, 강력한 브랜드〓퍼시스는 ‘돈을 쌓아두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사무가구 시장에서 ‘퍼시스’라는 브랜드는 이미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브랜드 사무가구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며 매출대비 이익률도 10%가 넘는다. 물론 무차입 경영이다.

2000년 56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하고도 280억원대의 경상이익을 낸 것은 이처럼 회사의 현금 흐름이 양호하기 때문. 퍼시스의 주주중심 경영은 이런 탄탄한 현금 흐름이 배경이 됐다.

서울대 투자연구회 김민국 회장은 “퍼시스는 번 돈의 대부분을 기술 재투자나 사업 다각화 등에 쓸 필요가 없는 안정성 있는 회사”라며 “최고경영자의 주주중심 철학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기업 이익 가운데 상당부분이 주주에게 계속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퍼시스 실적 (단위:억원)
연도매출경상이익순이익
19991,097157115
20001,535280195
20011,303199140

퍼시스 자사주 매입과 소각 일지
2000년 3월6만주자사주 매입
4월10만주
5월10만주
6월10만주
8월10만주
10월10만주
2001년 4월10만주
12월56만주자사주 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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