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국민연금 “내년 주식투자금 조기 집행”

  • 입력 2002년 7월 16일 18시 33분


국민연금기금이 국내 연기금 중 ‘나 홀로’ 주식시장에서 뛰고 있다.

다른 연기금들이 투자위험을 우려해 지나치게 주식투자를 꺼리는 반면 국민연금은 내년 투자자금 일부를 올해로 앞당겨 투자를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김선영(金善永)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16일 “최근 미국 증시 불안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낮게 거래되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20년 이상 장기투자를 하는 만큼 주식을 싸게 사기 위해 내년에 예정된 투자자금 중 일부를 올해로 앞당겨 주식을 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내년에는 올해(직간접 투자 등 2조원대)보다 주식투자 자금을 늘릴 것”이라며 “이르면 8월 안에 기금운영위원회를 열어 내년 자금을 올해로 앞당겨 주식에 투자하는 방안을 건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종목별 주가가 20% 떨어지면 손절매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9·11테러 때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는 손절매 기준을 ‘종합주가지수 하락률 20%’로 더 낮춰 손절매가 거의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수 튜브투자자문 사장은 “국민연금이 이처럼 규정을 바꾸면 은행이나 보험 등 다른 기관들도 손절매 규정을 완화할 것”이라며 “한꺼번에 쏟아지는 기관의 매도물량을 줄여 주가가 과도하게 폭락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민연금 외 대부분의 중소 연기금이 참여하고 있는 ‘연기금투자풀’은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펀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장병완(張秉浣) 기금정책국장은 이날 “연기금 운용주체들이 주식투자를 기피하는 바람에 투자풀 상품 중 주식투자가 부분적으로 허용되는 혼합형 펀드에 대해 자금배정이 적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운용자금의 50% 이상을 주식에 투입하는 새로운 펀드 설립은 무의미하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달 말 열린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주식시장 안정대책의 하나로 연기금투자풀에 주식형 펀드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연기금들이 투자풀에 자금을 맡기면서도 주식투자는 기피하고 있는 것.

연기금투자풀은 15일 현재 40개 기금에서 2조159억원을 위탁받아 머니마켓펀드(MMF)형 5개 펀드에 1조966억원, 채권형 펀드 6개에 6815억원씩 투자했지만 혼합형 3개에는 고작 2378억원이 투자됐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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