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지난달 말 발표한 공적자금 손실분 상환 방안이 정치권의 반대로 내년도 예산을 짤 때 반영되지 못하면 재정융자특별회계(재특)에서 또다시 거액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상환안에 따르면 우선 예보채 손실예상액 69조원을 메우기 위해 내년 초 예보기금과 부실채권정리기금을 각각 청산기금(가칭)으로 바꾸고 특별예보료, 채권발행, 만기연장, 금융권 차입 등으로 금융권이 20조원을 책임지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부도 공적자금상환기금(가칭)을 신설해 국채발행 등을 통해 49조원을 갚아나간다는 것.
이 방안이 현실화되려면 공적자금상환기금이 발행할 국채의 내년도 이자지급비용 등을 예산에 반영해야 하지만 정치권의 반대에 무산된다면 사정은 더욱 악화된다.
유재한(柳在韓)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21일 “손실분담안을 놓고 각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 있다”며 “만약 연내 손실처리 방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이자지급을 위해 재특에서 8조원 정도를 다시 빌려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재특은 내년에 △금융권이 분담해야 할 채권 20조원의 이자부담까지 떠안게 되고 △상환기금 채권(국채)보다 0.1%포인트 정도 더 비싼 예보채 이자를 물게 된다.
정부는 지난 4년여 동안 예보채 등의 이자지급을 위해 재특에서 빌려준 18조4000억원은 물론 연말까지 지급해야 할 5조5000억원 모두를 떼인 것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내년도 이자분까지 손실로 처리하면 국민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한편 정부는 금융권의 손실분담분을 재원으로 청산기금을 운용할 예보가 수입 지출간 일정과 자금규모가 맞지 않아 일시적인 자금부족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예보법을 개정해 원리금 상환을 위한 차입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행 예보법은 ‘구조조정상 필요’에 의한 차입만 허용하고 있다.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