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3일 국민연금의 손절매(stop-loss) 규정 위반을 이유로 담당자를 문책하도록 요청하자 증권계에서는 "감사원이 남의 사정을 도외시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손절매 규정을 지키지 않아 손해를 봤다는 부문만 강조하고 전체적으로 이익을 본 것에 대해선 외면하는 '한눈감기 감사'라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2000년에 손절매 규정을 약간 유연하게 운용해 일부 종목에서는 손해를 보고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에서는 이익을 봐 전체적으로 1260억원을 이익을 남겼다. 그러나 감사원은 640억원의 손실 부분만 부각해 발표했다.
이번 감사를 맡았던 김성홍 감사관은 "당시 손절매 대상 종목 55개 가운데 1,2개를 제외하곤 손해를 봤다"며 "25% 아래로 떨어졌다고 무조건 팔라는 것은 아니나 주가가 오를 희망이 없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손절매를 안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증시 관계자들의 견해는 약간 다르다.
한 투자자문사 사장은 "국민연금에는 해마다 수십조원의 자금이 들어와 우량주를 사야 하며 손절매를 강제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자금성격과 규모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도 "주가가 많이 떨어져 조만간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손절매 규정을 지키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주식을 팔면 주가가 폭락하고 손해를 더 본다"고 말했다. 그는 " 외국 연기금에선 손절매 규정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손절매 규정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은 것도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킬 수 없는 규정을 만들어 놓고 이를 어겨 감사의 꼬투리를 제공한 것은 자가당착이었다는 것. 국민연금관리공단 김선영 자산운용본부장은 이에 대해 "손절매 규정을 올해 안에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손절매: 주식가격이 일정 비율 이상 떨어지면 손해를 각오하고 파는 것. 더 큰 손해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