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위 조사 무슨 의도인가

  • 입력 2002년 7월 25일 18시 40분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여 만에 대기업에 대한 부당내부거래조사를 재개함으로써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기업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아직은 공정위가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조사하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근거가 확실치 않다. 그러나 계획조차 없던 조사를 민감한 시기에 불쑥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조사는 시기적으로 대단히 적절하지 못하다.

공정위의 조사는 공정하고 투명하며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그동안 대기업조사에 대한 정부 계획에 대해 편리한 대로 말을 바꾸어 일관성을 지키지 못하고 국민과의 약속도 스스로 저버렸다. 더구나 정치적인 고비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공정위 조사’를 휘둘러왔기 때문에 기업들은 공정위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재벌기업에 대한 조사를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었다.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도 “기업의 부담을 감안해 부당내부거래 일제조사 계획은 없다”고까지 단언했었다. 그런데도 조사를 재개한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초 계획이 없었더라도 긴급히 조사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재벌기업들도 마땅히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특별한 조사 이유나 배경을 밝히지 않고 있어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공정위의 주장대로 상시 감시 차원의 조사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이는 기업검찰이라는 공정위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경제환경은 매우 불투명하다. 미국경제의 불안과 달러화의 약세, 증시침체 등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러한 때에 만약 정치적인 의도에서 조사를 재개한 것이라면 공정위는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공정위는 어떤 이유에서 조사에 착수했는지를 투명하게 밝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말아야 한다. 공정위는 우리 경제와 소비자들을 위해 지금 이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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