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시장이 조직과 시스템에 의해 시정을 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인기를 의식한 즉흥 행정을 계속하면 시정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신뢰가 상실돼 결국 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즉흥 행정 사례〓이 시장은 26일 YTN의 심야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5일 근무제 확산에 따라 토요일 남산 1, 3호 터널을 통과하는 차량에 부과되는 혼잡통행료를 면제할 것을 검토 중이며 9월로 예정된 지하철 요금 인상도 내년 초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실무자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19일 “교통수요 억제 정책의 하나로 현행 오후 3시까지인 토요일 혼잡통행료 징수시간대를 오후 6시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불과 닷새 만인 24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번복한 바 있다.
또 9월부터 지하철 구간별 기본요금을 100원씩 인상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도 16일로 불과 열흘 전 일이다. 지하철 요금 인상은 전임 고건(高建) 시장 시절인 1999년 ‘지하철 부채관리 특별대책’에 따라 2년마다 한 번씩 9월에 올리기로 한 것인데 이 시장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최근 화장료와 납골료, 상수도 요금 등의 경우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상을 연기하거나 보류한다는 입장을 잇달아 밝혔다. 이 같은 조치의 배경으로는 “적자를 감수하거나 운영 효율화를 통해 인상분을 소화해 시민 부담을 줄이는 것이 시장의 방침”이란 설명이 덧붙여졌다.
▽일선 공무원 반응〓이 같은 일이 이어지자 최근 서울시 담당자들은 “실무 차원에서 할 얘기가 없다”거나 “함구령이 떨어졌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또 같은 과 내에서도 담당 직원과 과장이 상반된 입장을 밝히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무엇보다 시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교통행정 등은 1000만 시민에게 혼란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며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서울시 각 부서의 업무가 갈수록 이 시장의 입만 바라보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화장료와 상수도 요금 등의 인상을 보류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일선 공무원들은 시민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재정문제 등을 제대로 검토해본 것인지 걱정스럽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최고경영자(CEO) 시장’이란 조직 전체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존재여야지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 측 반론〓한편 이 시장 측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 시장은 시정이 시민에 대한 서비스가 우선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일관된 원칙에 따라 발언해왔다”며 “개별 사안에서 실무자들의 견해와 다른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실무자들이 이 시장의 원칙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빚어진 혼선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