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경남 진양에서 고 허만정(許萬正)씨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허 명예회장은 1947년 LG그룹의 모체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영업담당 이사로 경영에 참여했다.
이후 LG전자, LG상사 등 LG그룹의 주력 기업들을 두루 거치면서 오늘날 국내 최고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1950년대와 60년대 척박했던 국내시장을 개척하면서 화장품과 플라스틱 제품을 비롯, 라디오 TV 등 LG가 국내 최초로 내놓은 제품 판매를 도맡으면서 LG그룹 성장의 토대를 닦았다.
LG가 55년간 구(具)씨와 허(許)씨의 동업관계에도 불구하고 불협화음이 단 한차례도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허 명예회장과 구자경(具滋暻) LG그룹 명예회장이 '합리적인 원칙을 바탕에 둔 인화'를 철저히 지켜온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러한 경영인으로서 뛰어난 업적으로 1986년에는 정부의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허 명예회장은 구 명예회장이 1995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퇴임의사를 밝히자 "구 회장이 퇴임한다면 나도 퇴임하겠다"며 창업세대들의 동반 은퇴를 유도, 구본무(具本茂) LG그룹 회장, 허창수(許昌秀) LG건설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젊은 경영인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이후에도 허 명예회장은 LG전선 및 LG건설의 명예회장을 역임하는 등 마지막까지 LG그룹 경영에 헌신하면서 기업경영 외에는 한 눈을 팔지 않은 참 경영인이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