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오리콤의 이홍록 부장(37·사진)은 광고에 대해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부장은 ‘광고〓판촉’이라는 등식을 부정한다. 그에 따르면 광고는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라는 자산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그는 영원히 살아남는 브랜드를 창조하기 위해 광고를 만든다.
이와 같은 그의 광고에 대한 철학은 작년 6월 무렵 대우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등 이른바 증권사 빅3의 ‘자산관리’ 광고전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는 고급스러운 재즈 음악과 함께 의사, 변호사, 건축가 등 전문가를 등장시켜 ‘자산관리는 맡기고 당신은 인생에 투자하라’는 한 줄의 카피로 대우증권의 ‘플랜매스터’라는 브랜드를 경쟁업체와 뚜렷이 차별화했다. 자사에 돈을 맡기라는 판촉성 광고가 아니라 이제는 인생을 즐겨야 한다는 화두를 제시한 것.
그는 “일에만 몰두하던 20세기 ‘회사형 인간’에서 인생을 향유할 줄 아는 ‘보보스형 인간’으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형성 단계의 문화현상을 신속히 포착해 하나의 문화적 트렌드로 엮어내는 일은 긴 생명력을 가진 광고들의 공통점”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제작한 ‘018틴틴’ 시리즈는 10대의 문화적 키워드를 포착해 낸 또 다른 사례.
이 부장은 10대들의 문화적 공감대가 ‘랩’이라는 사실에 착안, ‘나는 18살이다. 나는 8만원이다…’라는 카피를 랩으로 처리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어로 회자됐다. 휴대전화 통화료에 부담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문자메시지를 애용한다는 점에서 ‘400번 날려줘’라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그는 또 기획과 제작으로 크게 구분되는 광고업계의 통념(通念)을 거부하는 광고인이기도 하다.
“기억에 남는 광고는 차별화에서 나옵니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차별화된 광고를 만들 수 없지요. 광고기획자가 아닌 광고감독으로 불리고 싶은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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